그들의 홍어는 어떻게 되었을까
김준한
깊어질수록 납작해진 어둠
망망했던 시절을 뜨거운 시간 위에 펼치자 거센 파도를 뜯는 바다
지난 순간들을 생각하면 가쁜 호흡과 함께 밀려드는 기억들이 또 하루치 쌓인 시간의 압력에 눌린다
언젠간 제 안에 잊을 수 있는 세월의 바다를 이루겠지
바늘 끝 가슴에 박히지 못한 인연
심해보다 짙은 절망을 두고 어디로 갔을까
끝 휘어진 허공을 잡고 오르는 주낙
환심 살 미끼는커녕 뾰족하게 날 세운 그리움 한쌈이면 충분했다
바늘 끝 뭉툭해진 아픔도 갑판 위에 쌓인 열기를 갈아내면 곧게 펼 수 있을까
젖었던 순간들이 파도처럼 까칠까칠하게 돋아났다
언제쯤 살 오른 홍어 한 마리 안을 수 있을까
해면 위에 출렁이던 햇살 걷어올리자 분주해진 마른 등
가 닿을 수 없는 수평선이 먼저 그을렸다
(1999년 흑산도 망망대해에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