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김준한
죽음은 아침을 맞이하는 걸까
어차피 끝에서 누구나 깨이는 걸
꿈속에서 꿈인 줄 모르고 꿈꾸었다
잦았던 만남과 이별 후 홀로 안아야 했던 적막 온탕에 앉았다 냉탕에 들어가면 더 크게 감당해야 할 차가움이 두려워
고독에 익숙해지기로 했다
죽음이 영하 10도라면 비로소 영상과 영하의 언저리에 나는 서 있는 걸까
너무 밝은 곳에서 어둠에 던져지면 사물을 볼 수 없듯 죽을 일을 생각지 않고 사는 일에만 급급한 사람들 어둠에 익숙해진 나의 동공
점점 뚜렷하게 보이는 사물들이 더는 외로움이 아니라 나의 성취일지도 모른다
명예는 잠시 대상을 비추는 빛 잡을 수 없는 그림자
꿈속을 사는 사람들 틈에 벗어나 내게 가장 소중한 아롱이다롱이와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는 일 이것도 곧 깨일 꿈이란 게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