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다리가 되어 건너가는 것이다 − 김준한 시 ⌈눈물강 위에 세우는 다리⌋와 함께 - https://my-comma.tistory.com/m/81
사랑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다리가 되어 건너가는 것이다 − 김준한 시 ⌈눈물강 위에 세우는 다리⌋와 함께
최풀잎2025. 11. 25. 04:17
내 사랑은
멀리 있는 그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으로 얼룩져 무거워진 가슴
비우고, 또 비우는 것이다
(중략)
그대와 나 사이에 흐르는 내 눈물강 위에
날마다 조금씩
내 그리움으로 굳은 시간 모아
둥근 다리를 세우는 것이다
— 김준한, ⌈눈물강 위에 세우는 다리⌋
1. 사랑은 ‘기다림’이 아니라 ‘비우는 용기’다
이 시의 첫 문장은 사랑의 본질을 단숨에 드러낸다.
“기다림”이 아니라 “비움”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종종 사랑을
누군가를 붙잡는 일,
돌아오기를 바라며 서 있는 일,
시간을 견디는 일로 이해하곤 한다.
그러나 시인은
그리움으로 무거워진 가슴을 비우는 것,
그 빈자리에서 다시 사랑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사랑이란 때로
가득 채운 마음을 비우고
그 빈자리에 다시 상대를 담을 수 있는
여유와 용기의 감정이다.
진짜 깊은 사랑은
‘내가 얼마나 꽉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비워낼 수 있는가’에서 태어난다.
2. 우리는 왜 사랑할수록 ‘속이 비어 가는’ 느낌을 받는가
사랑이 깊어질수록
무언가 차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속이 비어 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비어감은 허무가 아니라
마음을 다시 고요하게 정돈하는 과정이다.
사람을 사랑할수록
우리는 더 많이 내려놓게 된다.
욕심, 두려움, 의심, 불안,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단단한 껍질들을 하나씩 비운다.
그렇게 비워낸 자리에
그 사람의 이름,
그 사람의 온기,
그 사람의 시간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래서 시인은 말한다.
“텅 빈 가슴의 여운이 그리워질 때
나는 진정 그대를 내 안에 담을 수 있다.”
비워야 담긴다.
이 단순한 진실은
사랑을 오래 지켜본 사람만이 아는 사실이다.
3. 그리움으로 다리를 세우는 일
시의 마지막 구절은
가장 찬란하고 아름답다.
“내 사랑은, 그대를
내 곁에 두려는 것이 아니라
눈물강 위에
내 그리움으로 다리를 세우는 것이다.”
사랑은
서로 완전히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감정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건널 수 없는 강이 있고
두 마음 사이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거리와 간극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랑은
그 간극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 간극 위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감정의 다리를 놓는다.
그 다리는
뜨거운 고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주는 침묵,
흐트러짐을 감싸주는 눈빛,
매일 조금씩 쌓이는 그리움,
그리고 “네가 거기에 있어도 나는 괜찮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아름답게 세워진다.
사랑은
상대를 데려오는 힘이 아니라
상대에게 닿기 위해 나를 건너가는 힘이다.
4. 이 시가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
지금 당신에게도
한 사람을 향해 놓고 싶은 다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다 닿지 않은 마음,
아직 건너가지 못한 감정,
아직 말하지 못한 고백,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 온기들.
그러나 사랑은
한 번에 이어지는 길이 아니다.
날마다 조금씩,
아주 작은 조각들로 이어지는 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누군가를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내 쪽에서 천천히 다리를 놓아가는 것.
사랑은
강을 건너오는 기적이 아니라
강 위에 다리를 만드는 인내이다.
〈그대를 향해 놓는 길〉
그대가 오지 않아도
나는 그대를 향해
길을 놓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흐르지 않고
다만 그리움의 조각들을 모아
당신에게 닿을 수 있을 만큼
조용하고 둥근
하나의 다리를 세웁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천천히, 사랑의 속도로
당신의 마음에도
천천히 이어지는 다리 하나가
오늘은 조금 더 단단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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