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누르는 만선처럼/김준한
내가 망망한 세월에서 낚아 올린 것들이 부족하여 아주 가벼웠을 때는 너의 솟구치는 말과 행동에 흔들리고 내 생이 난파되기도 했다
내가 운 좋게 낚아 올린 이별과 절망의 월척은 아직도 싱싱하게 살아있어 가벼웠던 선체를 지탱하는 밀도와 무게가 되었나니
삶의 모든 순간이 솟구쳤다 이내 지난 시간 속에 잠잠해지는 파도이거늘
이제 만선이 된 내 육중한 선체를 그 어떤 성난 파도가 흔들리요
만선 가득 파도를 누르며 항구에 닿는 선체처럼 나 오늘도 출항하여 순간순간 그 어떤 파고 높이 치솟는 누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을 항해하나니 오늘도 내 소중한 목표는 무사히 아롱이다롱이에게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삶은 솟구치다 사라지는 허무를 견디는 일이고
죽음은 파도 없는 바다가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