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다진 세월은 무너지지 않는다

by 김준한

바닥을 다진 세월은 무너지지 않는다/김준한


비싸게 굴던 네 사랑을 매수하지 못해 뒤척였던 불면의 나날

이제는 쇠락한 너도 하한가에 매도를 치고 있을까

장이 열리면 커다란 기대에 치솟다가 저녁에는 소식 없는 너의 안부에 좌절하며 전보다 짙어진 밤,

수없이 출렁였던 감성의 그래프 때문에 하루에도 나이를 몇 살씩 먹는 것 같았다


황홀했던 인생의 고점은 얼마나 될까

수년을 기다려 원하던 시험에 합격한 그날

두 남녀가 처음 서로를 섞었던 그날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와 허공을 당기던 입술


상한가를 찍었던 존재감은 어느새 세상에 그저 많은 생명중 하나 일뿐이라는 자각을 하며 하한가로 내려온다

식어버린 열정, 실망이 되어 돌아선 이별, 지옥이 되어버린 육아일기

팔지 못한 사랑의 잔고에 쌓이는 이자는 생의 무게


다지고 다진 삶의 바닥을 횡보하는 이에게 추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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