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다롱이 만만세 2부
우리를 보듬은 채 숨 가쁘게 쉬며 언덕길을 오르는 아빠에게선 저를 자극하던 냄새가 더 진하게 풍겨왔어요.
아빠는 커다란 건물 앞에 섰어요.
“오빠. 여기가 우리 집인가 봐. 앗싸!”
“킁 뭐가 그리 신났냐?”
“오빠는 신나지 않아? 우리 이제 그 좁은 박스에서 답답하지 않아도 되고, 이렇게 큰 아빠 집에서 뛰어놀아도 되잖아.”
얼른 집으로 들어가지 않는 아빠의 가슴에서 나던 소리가 전 보다 빨라졌어요. 현관 안을 한참 바라보던 아빠가 마침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몇 층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복도 멈칫 선 아빠가 한숨을 쉬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현관에서는 느리게 걷더니 계단을 오를 땐 아빠가 막 뛰었어요. 아빠의 몸 따라 출렁이던 나는 계단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어요.
다행히 아빠의 드센 압박의 고통을 참은 덕택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아빠는 다시 느린 걸음으로 걸어 나가더니 복도 끝에 서서 문을 열었어요.
“너 아까 뭐라고 했냐? 뭐 뛰어 논다고?”
“미안 오빠. 치수 그럴 수도 있지.”
우리가 있던 박스와 별 다를 것 없는 좁은 방에 들어선 아빠가 스위치를 올리자 빛 보다 먼저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어요. 워낙 좁은 방이라 저는 그 구수한 냄새의 근원지를 금방 찾았어요.
“킁, 킁,”
“내놔. 아빠 양말 더럽단 말이야!”
제가 양말을 무니깐 아빠가 큰 소리를 내며 빼앗았어요. 저는 냄새가 좋았는데 아빠는 왜 냄새를 못 맡게 하는 걸까요?
"이리 와. 내 새끼들. 이제부터 너는 아롱이고 너는 다롱이다."
"어이쿠! 우리 아롱이다롱이. 아빠에게도 드디어 가족이 생겼구나.
실타래 끊긴 연처럼 막막한 세월을 떠 돌았는데, 이제 너희들이 아빠가 발 디딜 수 있는 땅이고 집이다. 고맙다. 아롱아. 다롱아."
아빠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또 울었어요. 저는 또다시 아빠의 볼을 핥았지요. 짭짤한 맛이 싫진 않았어요. 이처럼 아빠가 매일 울었으면 좋겠어요. 아빠의 눈물을 먹고 쑥쑥 자랄 수 있을 테니깐요.
"아롱아. 아빠 그만 핥고 이리 올라 와라. 푹신한 것이 너무 좋다."
아휴 저 잠탱이 다롱 오빠 어쩌면 좋아요. 아빠의 침대 중앙에 벌러덩 누웠네요.
"아롱아 이리 와."
침대에 걸터앉은 아빠가 저를 들어 올렸어요. 종이 박스와는 차원이 다른 이불의 촉감이 너무 좋았어요. 저는 배를 이불에 비볐어요. 푹신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제 배를 간지럽혔어요. 저는 다시 이불에 등을 대고 벌러덩 누웠어요.
"녀석 봐라. 그렇게 좋아?"
아빠가 제 배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나에게도 너희들처럼 어린 날이 있었겠지. 나도 엄마의 볼을 핥았겠지. 가슴을 빨았겠지. 그런데 왜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