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에게 추천하는 마라톤? 인천마라톤

오르막이 좀 심한 거 아닙니까?

by 달려보자go

하늘은 잔뜩 흐렸다. 일기예보에 비는 없었다. 영상 9도. 절기로 소설이 하루 지났지만 따뜻했다. 체온 유지를 위해 입고 있던 우의를 벗었다. 전략은 단순하다.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를 쫓아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스메이커 등에 달린 노란색 풍선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오전 8시 33분. 풍선이 움직였다. 레이스가 시작됐다. 사람들이 물고기 떼처럼 풍선을 따라다녔다.

1킬로미터 정도 달렸다. 적막 속에 발소리만 가득했다. 페이스메이커가 말했다.

“여러분들 모두 330 성공하실 겁니다!” 사람들이 환호했다. 응원단장 같은 노련한 솜씨였다.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렇게 한 팀이 되었다.

송도로 향해 달렸다. 도로가 널찍해서 병목은 없었다. 중간에 두 번의 잔잔한 오르막이 있었지만 어렵지 않았다. 평균 페이스 4분 58초. 평균 심박 148. 순조롭다. 광화문 페이서팀. 페이스를 칼같이 유지했다. 앞에서 바람도 막아준다. 진작 이렇게 달릴걸.

10킬로미터 지점에서 우측으로 꺽었다. 바닷가를 왼편에 두고 달렸다. 바닷바람을 걱정했지만 평온했다. 도로에 차가 없다. 휑하다. 송도 구간을 빠져왔다. 코스가 단순해서 페이스 유지가 쉬웠다. 지루하긴 했지만.

25킬로미터 부근. 사람들이 줄었다. 앞으로 나갔다. 레이스를 펼치는 선수가 된 기분이었다.

42154번 선수, 레이스 중반 힘을 내기 시작합니다. 아직 여유 있는 모습입니다!! “ 중계진이 있었다면.


남동공단 방면으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응원단이 있었다. 코스는 지루했다. 공장들만 보였다. 30킬로미터 표지판이 보였다. 우릴 반기는 듯했다.

“어서 와, 이제 마라톤 시작이야” 하는 것처럼. 3주 전 JTBC마라톤 32킬로미터 지점에서 페이스가 무너졌다. 긴장이 됐다.

32킬로미터 지점을 지났다. 오히려 페이스가 조금 올랐다. 다리가 경쾌하게 나갔다.

‘오늘, 좋다!’

35킬로미터. 오르막이 시작됐다. 페이스메이커 뒤에 바짝 붙었다.

‘떨어지면 끝이다.’ 고개를 숙이고 숨을 내뱉으며 올랐다.

오르막을 다 올랐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레이스 내내 선두에 있던 여성 러너가 사라졌다. 3시간을 집중했지만 마라톤은 냉정했다. 올라왔으니 이제 내리막이다. 여유도 잠시. 페이스메이커가 앞으로 나가라고 외쳤다.

“나가세요!! 지금 안 나가면 330 못해요! “ 남아있던 몇 명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힘들 거 같은데요.” 누군가 말했다.

전적으로 동의했다. 다시 한번 페이스메이커가 말했다. “지금 페이스로 330 못해요!!”

옆에 있던 러너가 먼저 달려 나갔다. 뒤를 이어서 나도 나갔다.

“저한테 잡히면 안돼요!!” 뒤에서 페메가 외쳤다. 그렇게 37킬로미터 지점부터 홀로 달렸다. 익숙했다. 홀로 달리는 것은.

내리막을 달렸다. 속도를 올렸다. 4분 30초 페이스.

‘너무 빠르다!‘

오르막이 보였다.

‘그래, 이곳이 승부처다.’ 속도를 더욱 올렸다. 자동차로 대관령을 올라가듯.

보폭을 줄이고 경보선수처럼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축지법을 할 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걷지 않고 오르막을 모두 올라왔다.

인청시청 앞 로터리를 돌며 코스의 의도가 깨달았다. 인천시청 구경하고 가세요.

다시 내려간다. 올랐던 언덕은 내리막이 되었다. 40킬로미터 지점. 인천예술회관 앞을 지나갔다.

‘리듬, 리듬, 피치로 달린다.’ 중얼거리면 달렸다. 41킬로미터 지점 돌파. 마지막까지 지겹도록 오르막이다. 시계를 볼 여유도 없다.

문학경기장 동문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오르막. 많이 보던 풍선이 앞을 지나갔다. 페이스메이커가 나타났다.

‘쫓아가야 한다!’ 마지막 힘을 짜냈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트랙을 돌았다. 응원소리가 커졌다. 마지막 100미터 직선주로에서 해냈다는 실감이 났다.

해냈다! 결승선을 통과했다.

페이스메이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대박이다. 와, 해냈다.’ 혼잣말을 하며 걸었다.

3시간 30분 37초.

후회 없이 실컷 달렸다. 지독하게 힘들었다.

올해 마라톤 대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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