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은 연간 소비를 많이 한 우수고객들을 선정한다.
그리고 그 대상자들을 등급별로 나누어서, VIP 라운지를 이용 할 수 있게 해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라운지를 실질적으로 이용하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연간 최소 1800만원 이상은 백화점에 소비해야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백화점 우수고객과는 거리가 아주 먼 대다수의 사람들 중 하나에 속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나에게도 백화점 VIP 라운지를 이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집 가까운 곳에 신규 백화점이 입점하였는데, 그 해는 특별히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우수고객 실적 기준이 반 이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었다.
평생 집안일을 하시느라 고생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백화점에 가서 명품가방을 딱 한번 사드렸던 일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백화점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준 것이다.
어머니에게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한 명품가방을 사드린 일은 후회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직장을 얻고 처음 받은 보너스를 어머니를 위해서 온전히 다쓰고싶기도 하였고,
내가 쓸 명품가방을 사기보다, 한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 것을 사는 것이
더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백화점에서 명품가방을 사기까지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가방 사는 것을 망설이시고, 돈이 아깝다며 거절하셨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복된 설득에 어머니도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의 가방을 고르셨다.
사실, 내가 생각했던 가방의 가격보다는 훨씬 높았지만,
앞으로는 없을지도 모르는 단 한 번의 기회라는 생각으로, 어머니가 고르신 가방을 사드렸다.
그 이후에,
백화점 우수고객이 되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얼떨결에 된 것같아 처음에는 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우수고객이 누리는 작은 혜택들을 하나 둘 씩 받으면서
왜 사람들이 백화점 우수고객이 다들 되고싶어하는 지를 아주 조금 알 것 도 같았다.
말로는 표현 할 수 없지만 은근히 느끼는 우월감 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허영심이 내 마음 속에도 아주 조금씩 자라날 때 쯤 이었다.
그 날도 무료 음료 세 잔을 테이크 아웃하려고 백화점 라운지에 들렀다.
그리고 한 발짝 물러나 음료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여자 고객이 등장했다.
그리고 뒤이어 다른 남자고객도 줄을 섰는데,
라운지 직원이 먼저 등장한 여자 고객이 아닌, 뒤 늦게 온 남자 고객에게 실수로 먼저 주문을 받으려 말을 걸었다.
라운지 직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자 손님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제가 먼저왔는데요???" 라는 말로
라운지 직원에게 쏘아 붙였다.
라운지 직원은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즉시 여자 고객에게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아마 직원은 여자고객과 남자고객이 같은 일행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고,
여자 고객의 주문을 이미 받았다고 착각을 했을 수도있다.
하지만 여자 손님은 이미 마음이 많이 상해서 불쾌했는지.
귀와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신경질적인 말투로 음료를 주문했다.
라운지 직원은 여성 고객의 눈치를 살피며, 음료를 오더를 받고 자기 일을 묵묵히 했다.
나는 짧은 시간동안 속으로 생각했다.
여자 손님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작은 일에도 저렇게 화가 많은건가.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티비 속에서만 보던 백화점 직원과 고객의 불화는 이런건가.
직원은 저 상황에서 그냥 자신이 처음에 대응을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고객 기분을 최대한 맞춰줄 수 밖에 없겠지.
나 자신 혹은 내 동생이 라운지 직원이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직원의 실수에 기분 나쁜 티를 내는 우수고객의 행태는 과연 당연한 걸까.
사람마다 이 상황에대해서 생각하는 바는 분명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세상을 조금 여유있게 배려하고 화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모두에게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일들을 직접 경험하는 당사자들,
라운지 직원과 여성고객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필자를 포함한 주변사람들에게도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백화점 우수고객라운지,
명칭은 우수고객일지 모르지만
그 기준이 얼마나 돈을 쓰느냐로 선정되는 건 씁쓸한 자본주의적 현실인 것 같다.
따뜻하고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기준으로 우수고객을 선정하면 얼마나 좋을까.
백화점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사용하는지만이 아니라,
얼마나 따뜻하고 깊은 “배려”를 하는지를 기준으로
백화점 VIP 우수고객들을 선정하면 좋겠다.
그것이 진정한 백화점 우수고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