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12월의 어느 날이었다.
엊그제 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더 이상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지 않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그는 죽기에는 젊은 나이었다. 50대 중후반의 나이였으니,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그는 수도권에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었고, 가정이 있었다.
그에게는 친한 친구들도 많았다.
그의 장례식장에는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영정사진 앞에서 큰소리를 내어 엉엉 울어버리는
50대 중후반의 남자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가 왜 죽었는지 모른다.
그는 그냥 평범하게 보였다.
세상의 힘듦은 분명 있었겠지만, 그게 난 모두가 겪는 삶의 흔한 일들 중 하나일 것이라고 여겼다.
내가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에게 선물했던 것은,
그의 아들의 손을 빌려 보낸 멀티비타민 영양제 한 통이었다.
그가 내가 선물한 영양제의 뚜껑을 열어보기라도 했는지는 모르겠다.
허무했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아는 가장 가까운 사람 중에 스스로 삶을 마감한 사람이었으니까.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얼핏 들을 수 있었다.
끔찍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머릿속에 상상이 되어서,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추운 겨울날, 절망하며 마지막을 선택하는 마음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웠을까.
때로는 가족도 친구도 채워줄 수 없는 인간의 외로움과 고독함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 순간을 이겨내기 힘든 때도 있다는 것도 안다.
각자의 자리에서 사람들은 수 없이 크고 작은 외로움과 고독함을 겪어내고 있을 것이다 분명.
세상을 떠난 사람은 이제 말 이 없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를 기억한다. 오랫동안 기억한다.
그리고 기억은 아프고 슬프고 힘겹다.
몇 년이 흐른 지난 지금도, 그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날들이 있다.
분명 시간이 흐르고, 많이 옅어진 것 같지만 지워지지는 않는다.
'시간'이 온전히 이 모든 깊은 아픔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그를 떠올리며 평안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까.
과연 나에게, 그리고 그를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오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