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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an 24. 2024

직업상담사를 꿈꾸시나요?

먼저 내담자가 되어주세요.

상담실에서 만난 내담자 중 직업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밝힌 이들의 이유는 다양했다.   

경력단절자가 주로 취득하는 자격증이라서, 나이 제한이 없어서

국민취업지원제도(취업성공패키지)나 대학 일자리센터 등에서 만났던 직업상담사를 통해서

자격증 취득이 쉽다고 해서

입직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서, 영어 성적이 필요 없어서

공공기업에서 근무하고 싶어서

상담을 해보고 싶어서

사람을 대하는 일이 좋아서

기관에서 우대해 주는 자격증이라서

공무원 채용에 가산점을 받기 위해서

행정 업무가 많아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에게 직업상담사는 사람을 돕는 직업으로 보였다. 그리고 막연하게 막막한 진로와 취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줄 것만 같은 직업이었다. 일을 해 보니, 타인을 온전히 지지하고 응원해 줄 수 있었고 받는 이도 큰 의심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나는 사이비 의심을 받지 않고도 사람을 응원할 수 있다는 표현을 즐겨 한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돕는 직업이긴 했으나 물고기를 먹여주는 것 보다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이 훨씬 많았다. 진로와 취업에 대한 궁금증은 직업 덕택이라고 보기는 모호하지만, 아무튼 꽤 해소되었다. 직업 덕분에 진로와 취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일 핑계를 대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를 충분히 관찰하고 또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과거의 내가 생각했던 대부분이 들어맞은 것이다.


사실 직업상담사는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업무가 굉장히 다르다. 근무지에 따라 주로 만나는 내담자가 다르고 당연히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학교에서는 첫 취업을 앞둔 이들에게 진로 설계와 자기소개서와 면접 대비 등 취업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는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은 이들에게 직업 훈련 정보와 재취업 지원과 일자리 연계를 제공한다. 전문학원에서는 자격증을 기반으로 일자리 연계를 지원하고, 정부 지원사업 수행기관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내담자들에게 제각각 다른 취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약 이전에 직업상담사를 한 번이라도 만나본 적 있다면 그들이 어디에서 근무하는지를 다시금 떠올려봐야 한다. 그러니 위에서 나열한 직업상담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상황에 따라 타당한 이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이 직업을 희망한다면 다른 그 어떤 것 보다 직접 기관을 방문해 직업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상담을 받아본 경험이 있더라도 또 다른 기관과 새로운 직업상담사를 찾아가 만나길 바란다. 만약 상담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면 우선 거주지 주변에서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고용센터나 일자리센터,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검색이 필요하다. 직업상담사를 준비하며 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거나, 심지어는 상담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꽤 본 적 있다. 상담사를 꿈꾸면서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직접 직업 상담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직업상담사의 근무 환경과 업무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직자가 어떤 성격의 기관에서 근무하고 또 어떤 공간에서 업무를 하는지를 파악해 본다. 근무지의 성격을 파악했다면 그다음은 어떤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는지를 확인한다. 일자리 연계만 하는지, 진로 상담이 있는지, 아니면 이력서 첨삭을 해야 하는지, 강의나 그룹 상담을 맡아야 하는지 등을 현장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을 내담자로 설정했는지까지 알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또한 현장에 방문했을 때 실제 직업상담사들의 업무를 곁눈질로 봐주는 것도 좋다. 전화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든지, 대면 상담을 주로 하고 있다든지. 대면상담을 주로 한다면 대체로 상담 시간은 어느 정도가 소요되는지 말이다. 그러면 그 기관에 지원할 때의 내 미래 모습을 조금 더 쉽게 그려볼 수 있다.


둘째, 자신의 취업 준비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채용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써 봤다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분명히 여러 번 확인을 거쳤는데, 타인에게 보여주거나 또는 제출하고 나면 맞춤법 검사기도 거르지 못한 오타나 이상한 문장이 발견되는 상황 말이다. 이처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눈에 익숙해진 것에 대해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직업상담사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면접은 그 사람의 상담 스킬과도 연결되는 아주 중요한 역량이다. 직접 내담자에게 알려줘야 하는 직업인 만큼, 자신의 채용을 지원할 때도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를 평가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면접 태도를 보고 내담자에게도 이렇게 알려주겠구나 하고 유추할 것이다. 그러니 주관적인 생각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딱 한 번만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


셋째, 상담 과정을 미리 체험하며 익숙해질 수 있다. 직업상담사가 된 후, 운이 좋게도 나에게는 여러 상담사의 상담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선배 직업상담사 5명의 상담을 바로 옆자리에 앉아 들었던 것이다. 신규입사자 중 나에게만 주어진 기회였기 때문에, 나는 선배들의 스킬과 정보들을 꼼꼼하게 기록해서 동료들에게 공유하고자 했었다. 나중에 내담자 입장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직업상담사 선생님이랑 상담하는데, 옆에 어떤 선생님이 앉아서 뭔가를 계속 기록한다고?’…싫었다. 말도 안 되는 경험이었다. 아무튼 그 덕분에 첫 상담을 시작하는 내담자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는지, 어떤 정보부터 파악해야 하는지, 내담자 유형에 따라 어떤 상담 진행 방식이 적절한지, 내담자와 라포형성을 잘 해내는 화법 등에 대해서 여러 선배의 버전으로 알 수 있었다. 대학 시절 내가 상담실을 드나들었던 경험도 한몫했다. 그렇게 내가 직접 내담자의 입장으로 있어 본 덕분에 내담자들과의 대화를 조금은 덜 어렵게 시작할 수 있었다.


만약 직업상담사를 직업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질문과 권유를 드린다. 왜 이 직업을 하고 싶은지에 꼭 스스로 질문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직접 또 다른 상담사를 찾길 바란다.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또 어쩌면 선배가 될지 모르는 그 상담사에게 정보를 얻고 확인 절차를 거쳐보면 좋겠다. 자격증을 취득 하지 않았더라도, 직업상담사 또는 또 다른 진로를 위해 돈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할 수 있고 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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