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 Jan 20. 2024

직업상담사 튜토리얼

내가 좋아하는 이 직업을 당신도 좋아하게 되길

무슨 일을 해보기도 전에 잘 맞을지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부족한 것 같은 기분임에도 뭘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할 때, 누군가 나는 이랬다고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의 나는 꿈이 없는 대학생이었다. 상담을 받으면 진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에 무작정 대학 취업처의 문을 두드렸다. 정기적인 상담 후 꽤 친해진 나의 직업상담사 선생님은 사석에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레이야, 너 직업상담사 한번 안 해볼래? 되게 잘할 것 같고, 또 너한테 정말 잘 어울려. 네가 후배가 되면 좋겠다. 내가 길을 잘 닦아 놓을게. 어때?

그리고 나는 단박에 이렇게 말했다.

진짜 감사한 말이지만, 저는 안 할래요.


나는 그 선생님처럼 ‘누가 봐도 취업 프리패스상’이 아니었다. 나는 그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단정한 모습과 정갈한 말솜씨에 감탄했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어떤 회사에 지원하더라도 단숨에 합격할 것만 같아서 참 멋있으면서도 부러웠다.

또 나는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 두려웠다.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나는 정이 많은 편이었다. 그만큼 실망도 커질까 무서웠다. 그 선생님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학생이 소위 말하는 ‘좋은 회사’에 합격한 이후 돌연 연락이 두절되었을 때. 나는 그 일에 대해 선생님의 몫까지 속상해했다.

그 일을 뒤로하고 나는 대학을 졸업했다. 뜬금없이 공기업 유행에 휘말려 결심했다가도 돈이 부족해 아르바이트를 이것저것 시작했다.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전공과 다른 자격증도 취득했다. 배우면서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불안감에 불쑥 취업하고 또다시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가까스로 1년을 채운 뒤 퇴사했다.

그 이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직업상담사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6년 차 직업상담사다. 그리고 과거의 내가 머쓱하리만치 내 직업을 사랑한다. 그때의 나는 이 직업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마치 빙하의 일부만 보고 판단한 사람처럼. 이 직업은 나의 성격과 적성에 꼭 맞으며 그러므로 큰 만족감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때의 내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면 그렇게 섣부른 판단으로 대답했을 리 없다.


한 편,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내 진로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람이다. 내가 뭘 좋아하고 또 잘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타인의 진로에 조언해야 한다니. 참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럼에도 나는 이미 ‘직업상담사’가 되어 있었고, 이 이상한 괴리감이 나를 두렵게 했다.

언제나 나는 부족한 상담사라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어린 내가 직업상담사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보물 다루듯 노트에 소중히 적어 내려갔던 것처럼, 이제는 내 말 한마디가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무거운 가치를 지닐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취업을 준비할 때 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더 나은 상담을 해내기 위해서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선배들은 더 많은 업무와 상담을 맡아 언제나 바빴으므로, 내가 원하는 만큼 조언을 구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질문을 한다는 것도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내가 던지는 질문에 행여 업무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내가 너무 기초적인 것을 질문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동료들은 어떻게 해내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서로 서투르고 부족하지만 조금씩 더 알고 있는 부분을 공유하며 나아졌다.

상담을 제대로 알지 못하던 때에는 상담마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 과정에서 점차 내담자와 올바르게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일방적으로 조언만 주게 될 것 같았던 내 생각과는 달리 내담자에게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 상담과 관련된 서적에서 그 내용을 발견할 때는 뭔지 모를 억울함과 반가움에 머리가 울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진심이 느껴져 고맙다는 내담자의 말로 모든 것을 보상받았다. 내 상담 평가는 친절하고 즐거운 상담, 진심이 느껴지고 응원받는 기분이라는 피드백이 압도적이었다. 길고 애정어리게 적어 내린 긴 후기가 많았다. 내담자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대하는 것은 상담 스킬이 없어도 가능한 것이라 정말 다행이었다. 그런데 점차 갈증이 났다. 태도뿐만 아니라 스킬과 전문성으로 인정을 받고 싶었었다.

지금 나의 상담 평가에는 전문적이라거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해 적절한 조언을 해줬다는 말과 늘 힘이 되고 진심으로 응원해 준다는 내용이 함께 어울려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서 했던 이런저런 시도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브런치북에서는 이 직업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들과 나와 같이 어렵고 막막한 처음을 겪는 이들을 위해서 직업상담사로서의 성장 과정을 공유하며, 그 과정에서 얻은 방향을 나누고자 한다. 부족한 내가 지나온 경험을 발판 삼아 누군가가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을 더 잘 알게 되고 또 더 좋아하게 되길 바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