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 Jan 27. 2024

이전에 상담 해본 적 있으세요?

과거의 나에게서 얻는 진로 확신

직업상담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취업을 준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아주 전통적이고 다소 틀에 박힌 길을 권한다. 그 영향을 받은 대부분의 취업준비생은 취업 준비라고 하면 지루하게도 자격증 취득과 자기소개서 잘 쓰기 같은 걸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직업인들의 인터뷰나 강의를 가만히 살펴보면 자격증 공부 열심히 하는 법뿐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아니 사실 내가 느끼기에는 자격증과 자기소개서 외의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최근 기업의 채용 방식이 직무 역량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은 뉴스를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직무 역량에는 자격증의 유무도 포함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자격 중심’이 아닌 ‘직무 역량 중심’이라고 이름이 정해진 데에는 자격 외 영역에서도 직업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는 말이 아닐까.


이쯤에서 나는 취업 이전에 어떤 경험을 했었는지를 떠올려본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는 수능이라는 목표로 인해 점수에 울고 웃기도 했었다. 어느 하굣길에서 친구가 성적이 올라 심화반에 들어가게 되었다며 머뭇머뭇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의 고생을 몰랐던 것이 아닌 터라, 진짜 축하한다고 박수를 치며 방방 뛰었던 것 같다. 그리고 친구는 ‘자기 일도 아닌데 이렇게 진심으로 축하해줘서 고맙다’며 신기하다는 듯 기뻐했다. 사실은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 친구에게 그런 축하를 해줬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날 친구의 그 말로 생각의 꼬리를 물리다, 내가 누군가의 기쁜 일을 축하해주는 걸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리숙한 내가 별생각 없이 첫 취업을 한, 아주 말랑한 진로 가치관을 가졌던 시기. 그때 매일 직장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고, 우리의 직업을 한심하다며 자신은 곧 대기업에 입사해 성공할 거라고 말하는 동료가 있었다.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도 성공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고 조금 의아했던 나는 그에게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본 그는, 드라이브와 기어 조작을 좋아하고 매주 직접 세차를 하며 자동차 동호회 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그러니까 차를 무척 아끼고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동차랑 관련된 일을 하는 건 어떠냐고 물었고,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는 답변을 들었다. 의외였다. 그 자리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직업이나 전공, 교육이 있는지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그의 눈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


위의 이야기는 과거의 경험이고, 증빙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억 저편에서 잊혀 있었다. 그런데 직업상담사 일을 시작하고, 성적이 낮아 불안해하던 내담자가 전화로 울면서 알린 합격 사실에 함께 울었을 때. 진로를 모르겠다던 내담자가 점차 눈을 빛내며 몸을 내게 기울일 때. 문득 과거의 생각과 감정이 묵은 먼지를 일으키듯 떠올랐다. 이 직업을 사랑하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함께 기뻐하고 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그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과거의 내가 ‘맛보기’로 이미 경험했던 일이었다.


일부러 기억을 찾을 때도 있다. 어느 날 지친 마음에 내 직업에 확신이 들지 않는 순간, 나는 다시 그 기억을 꺼내 떠올린다. 나는 다른 이의 긍정적 변화를 응원하는 게 즐겁고, 또 동기를 잃은 사람의 눈을 빛나게 하는 게 좋다. 내가 왜 이 직업을 사랑하는지 본질에 대해서 다시 한번 떠올리는 것이다. 그러면 불안은 잦아들고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아직 직업에 대한 경험이 없을 때, 관련된 과거의 활동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솔직히 인정하자면 지금 내가 권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나 역시 상담하다 보니 갑작스럽게 떠오른 기억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정말 만약 관련된 기억이 있다면 그 기억을 직업과 연결 지어 의미를 부여해 보면 좋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증빙을 할 수 없으니 이력서에는 쓸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과거의 기억을 되새겨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직업을 더욱 사랑하고 또 성장이 욕심나게 하는 데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어렵다면 직업상담사가 된 이후에도 좋다. 언제 하던 이 과정은 우리의 진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전 02화 직업상담사를 꿈꾸시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