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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ke Apr 08. 2024

독에 대해 연구하지 않는 독성학(12)

마약 그리고 중독

    필라델피아 좀비 거리에 대한 뉴스와 동영상이 연일 화제다. 마약의 심각성에 대해 언론에서도 정부 차원에서도 사회문제에 대해 우려와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엄밀히 마약전문가라기 보다는 독성학자에 더 가깝지만, 마약류를 감정하고 있으니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이런 저런 질문을 받는다. 이때마다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약과 중독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법률이나 약리학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마약류가 마약으로 불리곤한다. 마약이라 불리는 메트암페타민(히로뽕, 필로폰)은 마약이 아니라 향정신성의약품이며 마약류에 해당한다. 마약류는 의존성, 금단증상(중단하면 나타나는 고통과 부작용)이 있으며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물질로 법령으로 정한다. 마약류 안에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임시마약류가 있다. 마약류의 분류에 대해 일반인이 상세하게 알 필요는 없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약에 노출되고 있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건강검진 받을 때, 위내시경이나 장 내시경을 할 때 수면상태에서 하거나, 불면증으로 약물을 처방 받았거나, 비만치료제 처방을 받았거나, 수술 경험이 있다면 모두 마약류에 경험이 있는 것이다. 합법적으로 사용된 것이므로 처벌받지 않지만 반복하게 되면 중독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물론, 처방을 받았더라도 의료목적 외의 사용이 확인되면 처벌받는다. 허가 받지 않은 자의 마약 소지와 판매 자체가 불법이지만, 투약은 자체가 불법이 아니라 마약 남용을 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강남 마약음료 사건과 같이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투약이나 노출은 처벌하지 않는다. 의료 목적으로 마약을 허용하는 이유는 모든 약물이 그러하듯 사용해서 얻는 이익이 사용하지 않는 데서 얻는 손실 보다 이익이 클 때 사용한다. 병원에서 마약류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수술 대부분이 불가능하다. 가능하다 하더라도 극심한 통증은 트라우마를 남길 위험이 크다. 극심한 통증의 상태에서 마약성진통제의 사용은 도파민 보상회로를 교란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중독이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가벼운 통증에 마약류를 사용하면 중독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불필요하게 마약성 진통제 주사를 요구하는 것은 마약 중독의 위험으로 자신을 내모는 일이 될 수 있다. 90년대 초반 병원 약국에 야간 근무할 때, 주기적으로 응급실에 와 몰핀을 요구하는 환자가 있었다. 주사해 주지 않으면 난동을 부렸고, 이 병원 저병원 떠돌면서 모르핀을 요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간호사들 사이에 이 환자에 대한 소문이 있었다. 가벼운 통증에 모르핀을 투약 받았다가 중독된 사람이라고 했다. 약물에 대한 감수성이 사람마다 달라, 같은 상황이라도 중독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의료용의 사용도 엄격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우리말로 중독(中毒)은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중독(intoxication)의 이미 다른 하나는 탐닉 상태(addictoin)를 의미한다. 마약 중독을 말할 때는 주로 후자를 말하며 중독 사망 또는 중금속에 중독되었다라고 말할 때는 전자에 해당한다. 엄밀히 말하면 addiction도 intoxication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으로 addiction은 intoxication에 포함된다. intoxicaion 중 마약 오남용으로 인한 탐닉 상태의 중독은 addiction으로 따로 불린다. 마약 중독자 라는 표현의 중독은 addiction을 마약 중독사에서는 intoxication을 의미한다.

    마약의 시작이 호기심 때문이든 쾌락을 목적으로 하든 현실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도구이든 의료 목적이든 간에 addiction 상태가 되면 정신병을 얻는 것이고 정신과 육체가 피폐해져 벗어나지 못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면역력 약화, 노화 촉진, 체력 약화, 후천성면역결핍증이나 간염과 같은 질환 위험 증가, 사고 위험, 뇌질환, 심장질환 발병 증가 등으로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마약을 좋아서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중독되면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의지가 없어서 마약을 못 끊는 것이 아니다. 마약은 인간의 의지를 지배할 만큼 강하다. 그래서 마약 중독은 일종의 정신병적 상태이다.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마약 중독의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도파민과 관련성이 높다. 마약 중독이 사회 문제가 되자 많은 도파민 디톡스 관련 유튜브 채널들에서 도파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인간의 욕구와 습관을 기록하고 관장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도파민이다. 맛있는 것을 기억하고, 바람직하다고 느낀 상태를 유지하며, 긍정적 작용을 강화하는 보상회로에 도파민이 깊이 관여한다. 식욕, 성욕, 생활 습관, 즐거운 상태, 행복감 등에 관여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한다. 게임 중독, 도박 중독, 당 중독, 일 중독, 운동 중독, 카페인 중독 등 다양한 반복 행동에 관여한다. 이들과 마약의 차이점은 어떠한 행동이나 외부 자극 없이 물질만으로 강력하게 도파민을 분비시켜 한 두 번 또는 수 차례 노출 만으로도 약물을 추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마약 중독은 뇌의 정상적인 보상체계를 망가뜨려 온통 머릿속에 마약에 대한 탐닉만 남아 인간의 의지를 지배하게 한다.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의 메틸화, 유전자의 안정성과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히스톤 단백질에 메틸레화 변화가 보고되어 있다. 마약류의 오남용은 유전자 발현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유전자 발현의 변화가 중독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중독에는 무드가 있다. 특정 상황에서 더욱 추구하게 만들며, 그 무드는 늘어 나거나  특정 무드를 추구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비교적 느리고 강력하지 않게 진행하는 알코올 중독에서도 관찰된다. 알코올 중독의 정도에 따라 무드가 증가하기도 한다. 우울해서 한잔, 기분 좋아 한잔, 날이 좋아 한잔, 비가 오니 한잔, 심심해서 한 잔 일이 많아 스트레스 받으니 한잔 모든 무드가 술로 연결된다면 심각한 중독 상태이다. 또 어떤 경우는 우울한 무드에서 술을 마시면 우울한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기 위해 우울한 무드로 들어가 점점 우울해져 간다. 가끔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해서 문제인 사람은 사실은 알코올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 중독 무드가 친구와 만나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알코올과 달리 마약은 수일에서 수 주일 사이에 빠르고 강력하게 중독상태를 만든다. 2000년대부터 클럽 드럭으로 불린 MDMA 중독은 주로 젊은층 사이에서 클럽에서 이루어졌다. 이들 대부분 처음에는 클럽 본연의 유흥을 위해 클럽을 가지만 약물을 손대기 시작하면 약물을 하기 위해 클럽을 방문하고, 점점 클럽에 더 빠져든다. 심각한 중독 상태가 되고 다른 곳에서도 약을 구할 수 있게되면 무드는 급격히 늘어나 어던 상황에서도 약이 없으면 견디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심장에 기저질환이 있거나, 질환까지는 아니어도 심장이 약한 경우라면 급성심장사 위험이 수십배 증가한다. 실제로 젊고 건강해 보이던 20대 초반의 학생이 통상적인 급성 중독사 농도에 이르지 않았음에도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레들이 있다.

    마약류가 가지는 3대 작용은 각성, 진정, 환각이다. 주요 작용이 약물마다 다르지만, 용량이나 사용빈도 등에 따라 한가지 또는 두 가지 작용이 섞여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각성제는 메트암페타민, 코카인, MDMA 등이 있고, 진정제는 아편, 모르핀, 헤로인, 펜타닐 등 합성아편류, 졸피뎀, 벤조디아제핀류와 같은 진정 수면제류가 해당되며, 환각은 대먀, 합성대마, LSD, 케타민류 등이 포함된다. 마약법은 약리작용을 기준으로 작용 강도, 남용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등급을 나눈다. 우리나라는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로 분류하며 그 안에 군을 둔다. 마약에도 급이 있다. 쉽게 중독되고 치료가 어려울수록, 의료용으로 허가되지 않은 물질들이 급이 높다. 중독 위험성은 대략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순이며 마약은 가목~바목, 향정신성의약품은 가목~라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마는 대마초, 수지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제정된 임시마약류 지정제도에 의해 마약류로 지정관리되는 물질이 있는데 이들은 약리작용 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충분한 남용의 근거와 체험자 진술,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규정한다. 마약류 중 대마가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약하지만, 중독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경향을 보일 뿐이며, 대마 흡연자 대부분이 더 강력한 마약을 남용으로 이어진다.

    젊은층이나 마약에 관심있는 분들 중에 대마 허용을 주장하거나 허용에 대해 의견을 묻기도 한다. 그들의 주장은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대마가 담배보다 중독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마가 다른 마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낮다는 과학적 근거는 있고 동의하지만, 담배보다 중독성이 없다는 근거는 없다. 담배의 유효성분인 니코틴은 지속시간이 짧고 대사 및 배설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자주 피게 되어 중독이 더 심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에 비해 대마의 유효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은 지용성이 크고 대사와 배설이 느려 한 번 피면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8시간 이상 소요되니 하루에 두 번 피기도 힘들다. 또한 담배는 일상생활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지만 대마를 피고 운전, 요리, 기계조작과 같은 숙련이 필요한 행동은 웬만한 음주운전보다 훨씬 위험을 초래한다. 두 번째는 대마에 대한 또다른 착각은 의료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항암치료시 구토를 억제하는 용도로 효과가 입증되었고 약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어 의료용 마약류로 허가되는 나라도 있고, 의약품으로 승인은 필요하다면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 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의료용 마약은 의료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지 사람에 쓴다해서 남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 논리는 다른 의료용 마약도 남용을 허가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세 번째는 다른 나라는 허용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안하느냐는 것이다. 대마를 허용한 국가들이 규제를 안해도 돼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에 실패했기 때문에 규제를 못하는 것이다.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것은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죄의식 없이 대마에 손대고 국가도 이를 처벌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기 떄문에 양성화해 세금을 걷어 치료에 사용하겠다는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으로인다. 그마저도 대마를 허용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다른 마약 오남용이 급증하며 대표적인 실패한 마약 정책으로 여겨지고 있다.

    급격한 경제 성장은 마약에 대해 인식에도 크게 영을 미쳤다. 여러차례 크고 작은 마약의 위기를 지나오며 40대 이상에서는 막연하지만 마약은 엄청난 범죄이고 사회 악이라는 인식이 강한 반면 40대 이하에서는 젊을수록 마약에 대한 관용성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마약이 위험한 물질은 맞지만 단순 투약이 엄청난 범죄로만 여기며, 어느 마약투약 연예인의 말처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 범죄로 인식하지 못했다라는 인식하기도 한다. 과거에 마약 남용는 법이 정하는 형량보다 죄질이 더 나쁘고 때때로 사회에서 매장되어야 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 마약 남용을 줄이는데 일정부분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증가하는 마약 남용자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마약 남용자 증가를 막는데는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마약 남용자는 범죄자인 동시에 치료가 필요한 환자이며, 마약은 좋은 좋은이 아니라 약물로 인해 정신병을 얻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마약은 법률상으로 남용을 금지하고 있다. 모든 법이 사회의 약속이듯, 마약류 남용이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에 커다른 해악을 준 역사적인 경험들을 바탕으로 합의된 약속이다. 사회적 약속을 어기는 것이니 범죄이다. 독성학적 관점에서 불필요한 상황에서 마약의 투약은 그 자체가 질병상태를 만드는 것이며, 중독되면 쾌락을 위해 하는것이아니라 고통스러운 금단 증상을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약을 찾게되는 질병에 걸린 상태이다.

    중독자는 마약을 구입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범죄와 마약 유통에 손을 대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마약을 권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고, 이런 상태를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의 타겟이 되어, 점점 증독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는 마약이 창궐했을 때 어느 사회에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그때마다 임계점을 넘어 확산했을 때 그 사회가 치러야 하는 댓가는 혹독했다.

    국내에 마약 남용자가 증가하고 있고, 젊은 층의 마약 남용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등 마약으로 인한 사회 문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10대아 20대에서 마약류 남용의 증가는 1990년대 부탄, 본드, 덱스트로메트로판, 카리소프로돌과 같은 과량투여시 마약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물질을 남용하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중독되고, 이로 인해 수백명이 사망했던 때가 떠올라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경제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용자가 적고, 아직은 국가가 마약류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 슬기롭게 대응하면 전세계적인 마약 과잉 생산, 가격 하락, 유통망 다변화 등으로 인한 마약의 위협으로부터 사회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미루면 미룰수록 위험은 증가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증가한다. 불법 유통을 차단하고 중독자를 찾아내 치료해 소비를 줄이고, 교육을 통해 마약에 대한 환타지를 버리고, 위험성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대부분의 문제가 그러하듯 마약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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