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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ke Apr 08. 2024

독에 대해 연구하지 않는 독성학(13)

마약은 근절된 적이 없다(1)

    2020년대 들면서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는 언론 보도가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개인적으로 마약청정국이라는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지위라는 말은 거부감이 든다. 마약 오남용이 덜하면 통관에 시간이 단축되어 유리한 점이 있지만, 뭔가 대단한 것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에 비해 마약의 위험성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느낌 때문이다. 또 마약과 전쟁을 한다거나 마약 근절이라는 표현도 거슬린다. 어디다 대고 총을 쏠 것이며, 인류 역사상 마약이 근절된 적이 없는 일을 하겠다는 것 또한 무모하게 느껴져서다.

    인류는 동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약리작용을 가지는 많은 동식물을 알게 되었다. 이들 중 정신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중독성과 탐닉성을 가지는 약물인 마약류도 있었다. 인류가 마약을 흔적은 선사시대부터도 확인된다. 초기 인류는 비의도적으로 마약류에 ‘노출’됐고 효과를 인지하고 일부러 사용하기도 했다. 특정 식물을 섭취할 때 행복하고 평화롭게 느껴지거나, 졸음, 힘이 세지는 느낌, 이상한 감각, 무서운 환상을 경험하는 방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벌꿀을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음료인 미드(Mead)는 BC 8000년경에 처음 사용됐다. 수메르인은 BC 5000년경부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기쁨의 식물’이라고 불리는 양귀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양귀비는 아시리아인, 바빌로니아인, 이집트인에 차례로 전파됐다. 마리화나, 코카 잎에 대한 기록은 BC 3000년경부터 확인된다. 이즈음 중국에서는 대마초를, 고대 페루 문명에서는 코카 잎을 사용했다. BC 2500년경 고대 스위스인은 양귀비 씨앗을 먹기 시작했다. 고대 아스테카 제국은 종교의식에 사일로신(Psilocin) 등이 함유된 환각성분의 버섯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치료 및 오락용으로 이용되면서 긍정적 의미로 사용됐으나,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고 국교화했던 4세기부터는 불법화됐다. 중세시대부터 르네상스 초기까지 금지됐지만, 계속된 전쟁 탓에 아편과 통증 완화 효과가 있는 마약은 비공식적으로 비밀리에 치료용으로 사용됐다. 이 시기에 통증 완화를 목적으로 양귀비로부터 얻은 아편을 사용하는 것은 전 세계 의사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다.


    19세기 화학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의약품의 개발과정에서 모르핀, 코카인, 헤로인 등이 등장했다. 주원료는 양귀비였다. 양귀비에선 모르핀, 코데인, 옥시코돈, 헤로인 등의 성분이 나온다. 이중 모르핀은 1804년에 처음 알려졌다. 독일 화학자 제르튀르너는 아편에서 모르핀을 추출해, 모르핀이 아편의 통증 완화 효과를 내는 핵심 물질이라는 점을 규명했다. 이름은 꿈의 신 모르페우스에서 착안해 붙여졌다. 모르핀이 진통제로 팔리기 시작한 것은 독일 한 약국에서 1827년 모르핀을 상업화하면서다. 약국 주인은 에마누엘 마크였고, 이 약방은 후일 세계적인 생명공학 회사 머크사가 됐다. 독일의 약리학자 프리드리히 세튜너가 1803년 합성한 모르핀은 의사들 사이에서 약물의 신뢰성, 지속성 및 안전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받아, ‘신의 약’이라고도 불렀다.

        모르핀은 1853년 피하 주사기 발명으로 사용량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아편의 인기는 높았다. 19세기 전반, 미국에서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당시 의사들은 신경쇠약 등의 문제를 겪는 여성에게 일반적으로 아편제를 처방했을 정도다. 약국에서는 아편이 함유된 강장제를 판매하기도 했다. 아편은 19세기 후반에는 영국이 아편 무역로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 치른 ‘아편전쟁’ 원인이 되었으며, 미국 남북 전쟁 동안 폭넓은 중독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1895년 독일 바이엘 회사에서 근무하던 하인리히 드레저는 새로운 화학 합성 기법을 활용해 헤로인을 합성했다. 바이엘사는 1898년부터 헤로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질병을 치료하는 데 영웅적인 효과를 내라는 기대에서 헤로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중독성이 없다고 잘못 알려지며, 헤로인은 모르핀 중독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1910년대까지 수많은 약국에서 어린이도 먹을 수 있는 안전한 기침약으로 팔렸다. 헤로인 사용은 1990년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제기술이 발달하며 순도가 개선돼 헤로인을 흡연하거나 코로 흡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마약 대부분이 유럽발 ‘프렌치 커넥션’이나 동남아시아(미얀마·태국·라오스)의  ‘골든 트라이앵글’을 통해 미국에 유입됐지만, 1993년 이후부터는 남미 마약 조직에 의해 코카인에서 헤로인으로 마약 불법 제조 및 유통으로 확장되었다.

 ‘최초의 합성 각성제’ 암페타민은 1887년 독일에서 처음 합성됐다. 1920년대에는 혈압을 높이고 비강을 확장하며 중추신경계를 자극하기 위한 의료용으로 널리 사용됐다. 암페타민의 남용은 1930년대 흡입기가 판매되며 증가하기 시작했다. 1941년 일본의 한 제약사는 암페타민에 메틸기가 붙어 있는 메트암페타민을 합성해 필로폰(philophon)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했다. 필로폰은 노동을 사랑한다는 뜻으로 군수공장 노동자와 군인들에게 사용되었으며 이후 중국,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필로폰 남용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코카인은 남아메리카 안데스 고원이 원산지인 코카나무에서 19세기 중반 처음으로 분리됐다. 코카인의 환각 효과는 1990년대까지 의학계에서 인식되지 않았으나 미국에서 1900년대 초에 코카인과 아편을 함유한 자양강장제가 판매되며 대중화되자 1914년 코카인을 불법화했다.

    엘에스디(LSD)는 1943년 스위스 화학자 알베르트 호프만이 발견했다. 그의 손가락 끝에 아주 미세한 양의 LSD가 묻었는데 우연히 이를 먹게 되었고 마치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 듯한 강렬한 환각을 체험하게 됐다고 한다. 미군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LSD를 세뇌나 수감자들의 자백을 유도하는 데 사용하는 일명 ‘진실 약물’로 사용하기도 했다. 미국은 남용이 증가하자 1966년 LSD를 불법화했다. 플래시 백 효과(약을 사용하지 않고 수주일~ 수개월 후에도 생생한 환각이 보이는 현상)로 많은 사고가 발생해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규제가 가장 강력한 물질이기도 하다.

    1980년대 과학기술의 발달은 많은 마약류를 합성해 의료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이 과정에서 독성이나 부작용으로 인해 폐기된 정신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들이 있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각국에 신종마약류의 오남용이 증가했다. 마약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과거에 남용이 거의 없던 마약류가 남용되면 신종마약류라 불렀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 유학, 사업 등으로 인적교류가 활발해지고 교역량이 늘어나며 마약도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MDMA(엑스터시), LSD, 코카인과 같은 마약류 오남용이 늘었으며, 메트암페타민은 북미와 유럽에서 남용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진정한 의미의 신종마약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기존에 마약류뿐만 아니라, 기존 마약에 약간의 구조적인 변화를 가하거나 마약과 유사하거나 보다 강력한 작용이 있지만, 독성이나 부작용으로 인해 신약으로 개발되지 않은 물질들을 합성해 유통하기 시작했다. 마약을 특정물질로 규정하고 엄격한 과학적 입증 기준으로 마약을 정하던 기존의 마약을 관리법을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는 전 세계적인 마약 관리법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학적인 입증이 덜 되었더라도 오남용의 흔적이 있는 물질을 임시로 마약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특정 구조를 가지는 물질은 구조체 자체와 유사한 물질을 광범위하게 마약류로 규정하였다. 2021년 UNODC(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자료에 따르면 1달에 1개꼴로 신종마약이 생산되고 있으며, 마약류는 2,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아편이나 헤로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 대마초, 코카인 등은 재배를 통해 얻으므로 쉽게 적발할 수 있어 통제가 쉽고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았다. 현재는 합성 마약의 증가로 마약 가격 하락이 하락하고, 신종마약 증가, 유통망 다변화, 유통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마약류 통제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마약은 인류 역사의 역사와 함께해 왔으며 마약이 근절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회가 통제력을 가지고 있었던 때와 상실했던 시기가 있었을 뿐이다. 대내외 환경 내외 환경변화는 마약의 위험으로부터 사회와 국민을 보호하는데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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