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인간지능 그리고 마약중독

by Ananke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모방해 큰 발전을 이루었다.

무수한 뉴런과 시냅스를 모방한 인공 신경망은 입력된 정보를 학습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규칙을 세워 판단한다.

한때 단순한 계산기에 지나지 않았던 기계가 이제는 의료, 금융, 교육, 제조 등 인간의 손길이 닿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창의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제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졌던 ‘상상’과 ‘창작’의 경계마저 넘나든다.

그러나 그 놀라운 능력 뒤에는 불안한 그림자가 있다.

AI가 만들어내는 ‘환각(hallucination)’—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마치 실제처럼 꾸며내는 오류다.

AI의 거짓말은 단순한 계산 착오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상상을 통해 허구를 창조하듯,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패턴을 그려내려는 시도에 가깝다.

문제는 그 허구를 ‘사실’이라 믿는 순간 시작된다.

이 점에서 인공지능의 오작동은 인간의 뇌가 보여주는 착각과 닮아 있다.


뇌는 매일의 경험으로 자신을 다시 쓴다.

우리는 하루 동안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보상과 연결해 학습한다.

좋은 경험은 올바른 습관을 남기지만, 잘못된 보상은 왜곡된 회로를 만든다.

폭력적 충동, 강박, 중독, 편집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는 대부분 잘못된 정보와 비정상적 보상이 반복되어 강화된 결과다.

뇌는 자극과 보상의 단순한 논리로 작동하지만, 그 미묘한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현실에 대한 판단력은 급격히 흐려진다.

AI 역시 다르지 않다.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하면 결과도 편향된다.

잘못된 결론은 다시 알고리즘을 왜곡시키고, 시간이 지나면 시스템 전체가 비뚤어진 판단을 내리게 된다.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보상은 인공지능에게도, 인간의 뇌에게도 치명적이다.

둘 다 스스로의 기준을 잃고, 현실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이 점에서 마약은 가장 극단적인 뇌의 오작동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약은 뇌의 보상 체계를 인위적으로 점령한다.

존재하지 않는 쾌감, 실제보다 강렬한 자극이 신경망을 뒤흔든다.

그 순간 뇌는 현실을 잃고, 가짜 보상을 진짜로 믿는다.

이는 AI에게 허구의 데이터를 반복 학습시키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단순한 오류에 불과하지만, 반복될수록 시스템은 그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결국,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한 채 오작동하기 시작한다.

마약에 의해 일어난 뇌의 오류는 단순한 착각이 아니다.

기억, 판단, 감정, 동기 부여를 담당하는 회로가 물리적으로 변형된다.

감각은 왜곡되고, 통증은 쾌감으로 바뀌며, 뇌는 일상적인 자극에 무감각해진다.

그 결과, 현실보다 마약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학습된 세계’가 형성된다.

뇌는 더 이상 외부 현실을 기반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내부에서 만들어낸 허구의 데이터를 근거로 자신만의 알고리즘을 반복 실행한다.

이 상태는 일종의 ‘Human Intelligence Error’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오류와 달리, 인간의 뇌는 재부팅으로 초기화할 수 없다.

잘못된 학습을 고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과 올바른 보상이 반복되어야 한다.

그 과정은 수개월, 때로는 수년에 걸친 고통스러운 재학습이다.

뇌는 느리고, 민감하며, 복구가 어렵다.

AI는 데이터를 삭제하고 다시 학습시키면 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뇌의 오작동은 곧 ‘인간성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붕괴가 개인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뇌가 왜곡된 정보에 중독되면, 그의 행동은 사회적 질서를 위협한다.

마약은 관계를 파괴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허문다.

중독자가 늘어날수록 사회는 불안해지고, 치안과 의료, 생산성의 균형이 무너진다.

결국 오작동하는 인간 지능의 증가는 AI의 윤리적 오류만큼이나 사회적 재앙이 된다.


뇌와 인공지능은 서로 닮아 있다.

둘 다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보상으로 방향을 잡으며, 오류를 통해 성장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AI는 인간이 설계한 윤리 코드를 통해 자기 검열을 배운다.

인간의 뇌는 스스로의 양심으로 그 역할을 수행한다.

그 양심이 흐려지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인간답지 않다.

마약이 뇌의 신경망을 오염시키듯, 편향된 정보는 인공지능의 판단 체계를 병들게 한다.

가짜 쾌락과 가짜 지식은 본질적으로 같은 속성을 가진다.

둘 다 시스템의 중심을 흔들고, 스스로를 파괴하게 만든다.

우리가 마약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건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시스템이 가진 ‘윤리적 자각’—즉, 자신을 검증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신이 더 이상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약 중독이다.

AI가 그 능력을 잃으면 단순한 프로그램 오류로 끝나지만,

인간이 그것을 잃는 순간, 우리는 문명을 유지할 근본적인 힘을 잃는다.

뇌와 인공지능은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선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학습하고 있는가?”

그 질문을 잃는 순간, 지능은 지성을 잃는다.

AI의 오류는 기술로 복구할 수 있지만, 인간의 오류는 오직 삶으로만 복구할 수 있다.

그래서 마약 중독으로부터의 회복은 오랜 시간과 깊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잘못된 학습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올바른 삶의 경험, 안정된 관계, 그리고 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뇌는 혼자서는 회복하지 못한다.

뇌의 회복은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의 재학습을 필요로 한다.

건강한 사회적 관계, 차별 없는 의료 접근성, 따뜻한 공동체의 시선이 새로운 ‘보상 자극’으로 작동할 때, 뇌는 조금씩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마약 치료에 사회가 관여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약 중독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학습 구조의 붕괴다.

그 회복은 의학적 치료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사회가 함께 ‘재학습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낙인 대신 이해로, 처벌 대신 회복의 제도로, 배제 대신 포용의 시스템으로 대응할 때만 뇌는 다시 자기 조절을 배운다.


중독자의 뇌가 다시 인간다운 보상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먼저 인간다운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마약 중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니다.

마약 중독자는 고장난 인간 지능(Human Intelligence)이다.

이들이 홀로 회복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사회와 국가가 이들의 재활과 치료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시스템 전체의 회복과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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