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며-
어느덧 환경교육사 인턴생 시절이 되어버린 지난 날.
6월달에 환경교육사 인턴을 시작하고 7월 말쯤 새로운 기수의 유아숲지도사양성과정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일을 막 배워가는 시점이라 양성과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다. 그런 시기에 참가자분들의 문의가 많아 통화를 가장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연세가 많으셨던 한 참가자분께서 도저히 이 과정을 계속해나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이유를 들어보니 여름 휴가 기간에 함께 놀러갔던 친구분이 물에 휩쓸려 운명을
하신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무척 괴롭다고 하셨다.
듣고 있자니 전화기 너머의 그 분의 슬픔과 괴로움이 충분히 느껴졌다.
어떻게 말을 해드려야할지 몰라 우선 그 분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드렸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으신 심정을 충분히 공감해드리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그 분이 정말 포기하려는 것보다는 갈등을 하시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오히려 이 과정을 계속 해나가시는게 괴로움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길이고
안에 갇혀 계시지 마시고 밖으로 자꾸 나오셔야한다고 나도 모르게 힘을 주어 얘기해드렸다.
내 이야기가 너무 확신에 찼는지
"그렇게 하는게 좋을까요?
친구가 그렇게 됐는데 내가 이렇게 힘내어 살아도 되는 걸까요?"
그럼요, 친구분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분명 바라실거라고...
그러니 포기하지 마시고 내일 수업 빠지지 마시고 꼭 나오셔야 해요.
이제 동기분들도 생겼으니 어려울 때 도와달라는 요청도 하시고
과정이 끝날때까지 함께 가요.
"그럼 한 번 해보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내일 수업 꼭 나가겠습니다."
이렇게 그 분은 나와 약속을 했다.
그 분과 통화를 마치고 나자 참았던 숨이 한꺼번에 내쉬어졌다.
숨죽여 들었던 아픈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나보다.
시계를 보니 30분 넘게 통화를 해서 놀라운 상황.
그 분의 힘든 이야기가 나에게도 전해져서 마음이 무거워지고 걱정이 되었지만
진심을 다해 말씀드렸으니 약속을 지키실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니,
나와의 약속보다는 그 분 스스로가 내릴 결단의 시간표에 점을 찍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언제까지나 결정은 스스로의 몫이고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므로.
우리 주변에는 얼마든지 괴로운 일이 일어날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
하던 것을 지속해나갈지 그만둘지 선택의 기로에 늘 놓일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날이었다.
다음날 그 분이 수업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마음속에서 기쁨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내 인생도 아닌데
타인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포기 대신 해보기로 도전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이토록 좋을수가 있단 말인가!
인턴을 마치고 계속 기관에 근무하게 되면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얼마전 수료식 준비로 그 분의 안부를 물을 기회가 생겼는데
초기에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면서 너무 잘 지내신다고 했다.
무엇보다 더 놀랐던 것은 지금까지 수료생 중 시연준비를 가장 잘해오셔서
평가자분들로부터 감동상을 줘야한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오늘이 바로 수료식날!
그분께는 우울하고 험난했을,
그러나 이내 고마웠을,
마지막으로 아름다웠을 여정이 마무리되는 시간이 될테다.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나도 업무를 익히고 배우느라 우당탕탕했던 시기였지만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온전히
나를 거쳐간 32기 유아숲지도사 수료생 선생님들
멀리서,
직장 다니면서,
늦은 밤까지,
주말도 없이,
정말 수고 많으셨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축하와 응원도 보내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