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빛나는 변화
지난 4월 22일 저녁 8시, 대한민국 전역에서 10분간 불이 꺼졌다. 촛불 하나가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나듯, 우리의 작은 실천이 모여 지구를 위한 큰 메시지를 전달한 순간이었다. 2025년 지구의 날 소등행사는 이제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우리 사회의 환경 의식을 보여준 중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촛불을 준비하고 시계를 바라보며 8시를 기다렸다. 미리 알람도 맞춰두고, 내가 속한 여러 단톡방에 지구의 날 소등 캠페인 이미지를 공유했다. 평소에는 단톡방 활동에 소극적인 편이지만, 이런 날만큼은 유독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2022년 지구의 날에는 우리 아파트 관리실에서 소등 행사에 참여해달라는 방송이 나왔던 적이 있다. 그때가 너무 신기해서 방송을 녹음까지 해두었는데, 그 이후로는 아쉽게도 다시 그런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오늘도 혹시 방송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귀를 기울였지만, 끝내 듣지 못했다. 미리 관리실에 가서 한 번 말씀드려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초침이 정각을 가리키자 집안의 모든 불을 껐다. 베란다로 나가 창밖을 바라보니 아파트 단지 곳곳의 창문이 조금씩 어둠에 잠기고 있었지만, 여전히 밝은 빛을 뿜는 집들도 눈에 띄었다. 촛불의 은은한 불빛이 거실과 주방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평온함을 안겨주었다.
10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짧게 느껴졌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지구와 환경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직장에서 막 돌아온 이웃이나 소등 행사를 모르는 주민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더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누군가는 이런 10분의 소등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행동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바로 지구의 날 소등행사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2025년 지구의 날 소등행사: 전국적 참여의 물결2025년 지구의 날 소등행사는 환경부의 주도로 4월 22일 저녁 8시부터 10분간 진행되었습니다. 이 행사는 '기후변화주간'(4월 21일~25일)의 핵심 이벤트로, "해보자고 기후행동! 가보자고 적응생활!"이라는 슬로건 아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출처: 환경부 공지 공고문)
환경부는 전국 주요 건축물과 공공기관의 불을 일제히 끄는 행사를 통해 전기 절약과 탄소 감축 실천을 독려했다. 공공기관과 기업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SNS를 통해 '10분 소등', '1일 채식', '1회용품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 등 자신이 실천한 기후 행동을 공유하며 참여 의지를 확산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소등행사에는 어떤 기업과 기관이 동참했을까? 부산 광안대교, 수원 화성행궁과 같은 지역 상징물을 비롯해 롯데호텔, 포스코타워 등 기업 건물, 서울·과천·세종 정부청사 등 공공기관이 동참했고 울산에서는 시청과 구·군청을 비롯한 공공건물과 태화루, 십리대밭교 등 지역 랜드마크도 소등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소등행사는 단순한 상징적 제스처를 넘어 기업들의 환경 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는 계기로 작용하는 한편 정부 기관과 대기업의 참여는 환경 보호가 더 이상 개인의 책임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과제임을 보여주었다. 독일 도이치텔레콤은 이미 지난 3월 22일에 있었던 '어스 아워(Earth Hour)' 행사에도 참여했으며, 2025년 말까지 자사 운영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실질적으로 제거하고 2040년까지 전체 가치 사슬을 탄소 중립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하는데 이는 기업들이 일회성 행사를 넘어 장기적인 환경 전략을 수립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10분의 소등, 만 그루 나무의 효과10분이라는 짧은 소등 시간이 과연 어떤 환경적 효과를 가져올까요? 놀랍게도 이 짧은 행동의 누적 효과는 상당합니다. 전국적인 10분 소등을 통해 이산화탄소량 약 52톤을 흡수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소나무 7,900여 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의 작은 행동이 모였을 때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가정에서의 10분 소등이 모여 수천 그루의 나무가 하는 일을 대신할 수 있다니,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처: 시민들의 목소리-SNS에서 번진 환경 의식)
지구의 날 소등행사는 오프라인 공간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활발한 참여 열기를 이끌어냈다. 나 역시 소등인증사진을 찍어 간단한 소감을 SNS에 공유했다. 해시태그 #지구의날소등 #10분소등캠페인이 트렌드에 오르며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인증샷을 올리는 모습에서 환경 보호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평소 환경 문제에 무관심했던 지인들이 동참하며 '기후 행동'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 고무적이었다. 이같은 디지털 연대는 소등행사의 상징성을 넘어, 환경 운동의 접근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실천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의 2025년 기후변화주간은 소등행사 외에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시민 참여를 이끌었다. 4월 21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마곡 개막식을 시작으로 산업계 기후위기 적응 간담회, 기후변화 특별전시 등이 진행됐으나, 직접 참여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현장을 다녀온 이들의 후기에 따르면 기사와 달리 참여 인원이 많지 않고 규모도 소규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환경부가 보험사 및 학계와 협약해 기후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기후보험 상품을 개발하기로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16개 신규 기관이 탄소중립 포인트 제도에 가입해 지속 가능한 실천 문화 확산에 동참한 것은 긍정적 변화로 평가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환경 보호가 단순한 구호나 일회성 행사를 넘어 실질적인 제도와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실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다. 어느새 10분이 지났지만 나는 30분을 더 머물며 불을 켜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어둠 속에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둠은 오히려 내게 집중할 기회를 주었는데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히 누리는 편리함의 이면에 환경이 치르는 대가가 있음을, 그리고 그 대가를 줄이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함을 새삼 깨달았다.
내년 지구의 날에는 더 많은 창문이 어둠 속에 잠기길, 그리고 그 어둠이 우리에게 더 밝은 미래를 가져다주길 희망한다. 소등행사는 끝났지만, 지구를 생각하는 우리의 행동은 계속되었으면 한다. 촛불 하나가 어둠을 완전히 몰아낼 수는 없지만, 그 작은 빛이 모여 세상을 밝히듯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지구를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날도 지구의 날처럼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환경 보호의 시작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