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라떼’의 그린을 마주하다-
아빠의 생신은 1년에 온 가족이 한 번 모일 수 있는 소중한 날이다. 올해는 임실 옥정호에 있는 붕어섬에서 가족 모임을 갖기로 했다. 어린 시절 옥정호에 방문했던 기억이 있지만, 그때는 그냥 저수지라는 이미지뿐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최근에 붕어섬이 생태공원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평소처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생태공원의 규모나 시설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은 생태공원들도 여러 번 방문했던 터라, 새로운 감동을 기대하기는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찾게 된 옥정호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과 분위기를 보여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실 옥정호는 본래 섬진강 물을 농업용수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27년 일제강점기에 운암댐이 처음 쌓였고, 1965년 섬진강댐이 완공되면서 호수의 수면이 넓어졌다. 이 과정에서 기존 마을들이 수몰되었고, 그 가운데 작은 언덕 하나가 물 위로 남아 ‘붕어섬’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름은 실제 붕어 모양의 섬 형태에서 유래했으며, 오랫동안 무인도처럼 방치되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붕어섬은 사진작가와 탐사여행객들에게나 알려진 숨은 명소였다.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국사봉 전망대에서 멀리 바라볼 뿐인 ‘신비의 섬’이었다. 임실군이 이곳을 지역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중심 명소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8년부터 대대적인 생태경관 조성 사업이 시작되어 수목과 꽃이 심어졌고, 2022년에는 길이 420미터의 ‘옥정호 출렁다리’가 완공되어 누구나 붕어섬을 직접 걸어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붕어섬 생태공원은 7만 평의 넓은 부지에 산림욕장과 다양한 생태·관광 편의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변화했다.
-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한국관광공사) 전북 임실군-
현재 임실 붕어섬은 임실군의 ‘방문의 해’ 정책과 맞물려 전국적인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2024년 임실군 방문객은 약 900만 명에 달했고, 2025년 5월에는 단일 월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개장 2년여 만인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붕어섬생태공원 누적 방문객은 132만 명 이상이며, 2025년 3월부터 6월까지 옥정호 출렁다리와 붕어섬 유료 입장객은 24만 8천여 명에 이른다. 이 같은 수치가 붕어섬의 높은 인기를 증명한다.
과거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명소였던 붕어섬은 출렁다리가 조성된 이후 가족, 연인, 단체 여행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중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인스타그램 성지’이자 ‘전북 여행 필수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임실군은 붕어섬 주변에 로컬푸드 직매장, 카페, 체험형 관광시설 등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지자체의 꾸준한 노력은 언론과 SNS, 관광 포털 등에서 붕어섬의 높은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5.06.16-
아름다운 붕어섬 속 녹조를 발견하다
옥정호 수면 위로 붕어섬이 드러났다. 흐리지만 탁 트인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평온함이 인상적이었다. 꽤 길어 보이는 출렁다리를 건너는 중 호수를 한눈에 담는 장관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 순간, 호수 표면을 덮은 짙은 녹조가 눈에 들어왔다. 뉴스에서만 듣던 ‘녹차라떼’ 빛깔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흐린 날씨 속 초록빛 호수는 언뜻 보기엔 아름답고 신비로웠지만, 그 풍경 뒤에는 환경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기사를 찾아보니 올해 여름 옥정호에는 장마철 유입된 영양물질과 폭염으로 인한 수온 상승이 겹치며 녹조가 심해졌다고 한다. 아름다움과 녹조라는 걱정이 공존하는 풍경 앞에서, 자연의 섬세한 균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녹조란 무엇일까? 녹조는 주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급격히 번식해 물이 초록빛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남조류(blue-green algae)나 녹조류(green algae)가 대량 증가하며 수면을 덮는데, 이로 인해 호수의 숨이 막힐 듯 답답해지는 것이다. 녹조 발생의 원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호수에 질소, 인 등 영양염류가 많이 공급되면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러한 영양분은 주로 농업 폐수(비료, 가축 분뇨), 생활하수, 공업 폐수 등에서 비롯되어 부영양화 현상을 유발한다. 또, 수온이 25도 이상 지속되고 일조량이 증가하면 온난화와 폭염으로 인해 녹조가 잘 번식하게 된다. 하천이나 호수에 유속이 느려지거나 댐, 보, 인공 저수지 등 구조물 때문에 물이 고이면 녹조가 더욱 확산된다. 집중호우 때 논밭의 비료와 축산 분뇨가 한꺼번에 유입되어 영양물질이 쌓이기도 한다.
이처럼 녹조는 환경에 단순한 미관을 해치는 것을 넘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녹조가 심해지면 수생 생물들이 호흡하기 어려워져 어류, 갑각류, 곤충 등이 집단 폐사에 이를 수 있다. 일부 남조류는 독성물질까지 생성해 수돗물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경우에 따라선 간독성, 신경독성 등 인체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녹조를 띄는 곳에서는 특유의 흙냄새나 비린내가 나고, 탁한 물 색으로 인해 생태공원 관광지로서도 가치가 저해될 우려도 있다.
녹조가 낀 호수 풍경은 ‘녹차라떼’처럼 이색적이지만, 생태계 입장에서는 분명히 경계해야 할 신호다. 아름다운 경관과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임에도, 녹조 현상은 지속적인 환경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임실군과 지역사회는 녹조가 심화될 때마다 수질 관리와 오염원 통제에 힘쓰고 있으며, 방문객을 위한 안내와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니 다행스럽다.
앞으로 붕어섬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려면, 단순한 관광 이상의 환경 문제에 대한 민감함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임실 붕어섬은 물 위에 피어난 꽃섬처럼, 자연과 인간의 흔적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이었다. 지자체가 세심하게 가꾼 노력과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고, 그 덕분에 이곳의 아름다움을 더욱 알리고픈 마음도 동시에 느껴졌다. 더불어 녹조와 생태 관리라는 과제를 떠올리며, 붕어섬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려본다.
붕어섬 호수의 색이 맑게 변하는 계절에 다시 찾을 그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