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슬픔과 함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희망의 전도사이신 제인 구달(Jane Goodall) 박사님께서 2025년 10월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오늘에서야 접했습니다.
박사님의 별세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안타까움을 안겨주었지만, 저는 2년 전 이화여자대학교 강연장에서 직접 마주했던 박사님의 정정하고 따뜻한 얼굴,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던 열정을 기억하며, 이 별세가 슬픔으로만 남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아직도 생생히 떠오르는 2023년 7월 23일, 최재천 교수님과 함께했던 제인 구달 박사님의 대중 강연장. 이화여대 강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강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감과 설렘이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강단에 올라선 제인 구달 박사님은 세월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또렷한 목소리와 품격있는 유머, 그리고 자연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겸비하고 계셨습니다.
이날 강연은 '희망의 이유'에서 '희망의 실천'으로 나아가는 여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박사님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살아온 여정을 한 편의 연극처럼 보여주셨습니다.
박사님은 강연에서 "작은 변화의 힘을 믿는다면 희망의 씨앗은 계속 자라날 것입니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침팬지의 사회구조와 감정을 기록하며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물었던 그녀의 위대한 학문적 성취, 즉 침팬지의 도구 사용, 사회적 의사소통, 개별성 등을 밝혀낸 연구는 '서구 과학사의 위대한 성취'로 인정받았습니다.
강연장에서 느꼈던 박사님의 깊은 인기와 영향력은 단지 학문적 성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 동물에 대한 깊은 사랑과 연민에서 비롯된것이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청년들의 질문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는데, 환경 활동에 지친 청년들에게 공감을 표하며 새로운 용기를 북돋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점은, 때론 최재천 교수님의 통역 이전에 약 2천 명의 청중들이 박사님의 영어를 먼저 알아듣고 한바탕 웃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박사님의 메시지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얼마나 깊이 공감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습니다. 박사님은 진정성, 솔직함, 그리고 모든 생명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을 통해 청중과 깊이 연결되는 힘을 가지신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가시는 제인 구달 박사님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더 오래 두 눈에 담고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짧은 순간, 박사님은 긍정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소녀 같았지만, 실은 자연과 생명, 인간의 어두운 단면까지도 냉철하게 바라보는 학자였고, 부족을 넘어선 연대와 변화를 믿는 진정한 리더였습니다.
강연의 마지막 영상에서, 침팬지가 야생으로 돌아가기 직전 박사님을 꼭 껴안아주는 모습은 경계를 허물고 모두를 사랑했던 연민의 힘을 응축한 장면이었습니다. 많은 청중과 제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그 포옹이야말로 박사님의 삶 전체를 대변하는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이후 제인 구달 박사님은 단순히 곰베의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고 한 해 300일 이상 세계를 돌며 강연과 교육을 이어갔고, 늘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권유로 청중에게 변화를 만들 것을 호소하셨습니다. 박사님의 삶은 그그야말로 '희망의 실천' 그 자체였고 환경 보호와 동물권을 위한 대중 강연, 캠페인, 그리고 제인 구달 연구소 설립을 통해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셨습니다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전했던 메시지는 "세상을 바꿀 가장 큰 원동력은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라는 굳건한 신념이었습니다.
별세 소식이 전해진 당시, 박사님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청소년 강연을 앞두고 계셨다고 합니다. 강연 직전까지도 1,000명이 넘는 학생들과 만남을 예약했고, 영상 메시지로도 "나는 계속해서 동물과 사람 그리고 환경을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매진해왔다. 지금 세대의 청년들이 일궈갈 변화가 내가 가진 가장 큰 희망"이라고 남기셨습니다. 박사님은 마지막까지 한결같은 실천가로서의 삶을 살아오셨던 것입니다.
박사님의 별세 소식은 슬프지만, 박사님이 남긴 질문과 행동은 오늘날 제게 '작은 행동의 힘'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UN을 비롯해 각국 정상과 세계 유명 인사,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이 그녀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제인 구달 박사님!
박사님께서 씨앗처럼 심으신 행동과 믿음, 그리고 선한 의지가 앞으로도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임을 믿습니다. 희망의 실천을 이어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부디 평안히 쉬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