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6' [.]부유
박제된 구름과 박제된 망상
오전까지 계속된 봄비가 오후엔 그쳤다. 노을 사이로 바람이 불어왔다. 집으로 돌아가려던 나를 붙잡는 풍경. 비의 잔재가 부유하고 있었다. 아니, 그저 떠있을 뿐이었다. 못 박힌 액자처럼, 지난밤의 체기처럼. 구름이 구름 답지 못한 게 꼭 세계가 날 속이고 있는 것 같았다. 트루먼쇼의 세트장이 떠올랐다. 그럼 내가 주인공이고, 사람들이 나를 속이고ㆍㆍㆍ.
그렇다고 하기엔 나만 아는 나의 못난 모습들이 부끄러워져서 망상을 멈췄다. 박제된 구름과 박제된 망상이 그곳에 멈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