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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Heath May 15. 2024

240514' [.]특징

자주 울었으나 눈물 흘리지 않고, 자주 졌으나 잊어버릴 뿐입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은 카페에서 사랑을 나누네. 공간을 선 그어 나누네. 각자의 시간을 검은 커피에 녹여 건배를 하고 담소를 나누네. 스스로를 쌀벌레라고 생각하던 나는 우네.

날개를 활짝 편다,는 이름의 뜻이 결국 나방의 수더분한 것일 줄이야. 커다랗고 하얀 앨버트로스의 날개를 꿈꿨는데, 그게 아니라면 백조처럼 아름답기만이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나 지구 어느 구석에서 야금야금 시간과 후회와 사랑을 갉아먹으며 우화했네. 소리도 미동도 거의 없이 벽에 붙어 기웃거리네. 그 몸짓은 무해하나 걸리적거릴 뿐. 눌러 죽이면 벽에 자국이 남는 그런 쌀벌레의 존재감이 전부였네. 자주 고쳐먹는 마음은 인스턴트식품처럼 금세 맛이 가버렸네. 매일 나오는 편의점의 폐기 식품 같은 다짐과 후회들.

"의지를 실행하고 관철하지 못하는 나약하고 안일한 심장이 특징입니다. 자주 울었으나 눈물 흘리지 않고, 자주 졌으나 잊어버릴 뿐입니다."

갈 곳 없는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었네. 땀 흘리며 잔 비우네. (벽에 또 쌀벌레 같은 것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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