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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Heath May 29. 2024

240528' [.]날씨

지난 해 질 녘을 네게 보여줄게

우울한 맛이 더 진하게 느껴지면 그건 밀크티
몇 번 시도해 봐도 그 맛을 잘 모르겠어
엄마가 생일밥 남기면 밥 빌어먹고 산댔는데
어쩌면 날씨가 기분을 만드는 걸지도 몰라
나는 동굴 속에 있어
그런데 바깥은 맑잖아
화창한 만큼 초라해진다니까
소풍 갈 때마다 비가 오는 사람도 있대
견딜 수 없을 만큼 햇빛이 쨍한 날에는 노을이 예뻐
해 질 녘 조차 만나지 못한다면 밤을 맞이하자
하루 종일 강렬했던 햇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가볍고 낯선 바람이 불어
우리의 밤은 어떤 낮보다 아름답다고
그리 믿어볼까
어쩌면 기분이 날씨를 만드는 걸지도
음, 마시기엔 식어버린 밀크티가 더 상냥할지도 몰라
지난 해 질 녘을 네게 보여줄게
그리고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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