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야 할 것 같은 무드 속에서 백주를 마셨어. 백주대낮에 마시는 술은 왜 더 달고, 덜 취하는 걸까. 그 비밀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사랑하기 바빠서 아무도 모른대. 스스로를 껴안고, 애무하고, 파괴하는 그런 사랑 말고. 무슨 느낌인지 알지. 우육면도 고수도 처음 맛보는 줄 알았는데 왜 입에 익지, 맛도 있고. 내 앞에 너도 한 번밖에 만난 적 없는 사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 벌써 취했나, 하고 의심하기엔 '미래'도 '지금'도 발음이 정확해. 해를 보면 취할 시간이 아니어서 몸이 그리 믿으려는 걸까. 예쁘게 바라보면 사람이 예뻐 보이듯 그런 간지러운 말을 삼키고, 낮술은 부모도 못 알아본다던데, 같은 시시껄렁한 말들 지나. 그래도 낮에 먹는 술이 제일이라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일할 때 우린 취해있잖니 같은 자잘한 욕심을 부끄럽지 않게 꺼내놓는다. 이 동네 오면 네 생각도 나겠다.
**이르게, 그리고 오래 취해있었던 하루. 백주 지나 위스키 넘어 뼈찜과 맥주, 소주로 이어진 백일몽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