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식 불고기와 함께라면
며칠 사이 완전히 풀려 진짜 봄이 되어버린 날씨와 움트고 있는 꽃망울의 들뜸이 나를 움직였다. 원동역의 순매원은 몇 번이나 들러 봄을 맞이했으니, 이번에는 광양 매화마을에서 봄을 맞이할 계획이었다. 3월 둘째 주의 하늘에는 구름이 꽤 걸려있었지만 도착하게 되면 뿌연 하늘도 갤 것 같은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느지막이 잠에서 깨어 엄마가 해쑥으로 만들어주신 쑥버무리를 조금 집어 먹곤 집을 나섰다. 매화마을이 광양의 언저리, 그러니까 하동에 인접한 곳에 위치한 것도 모르고 무작정 광양 시내의 식당을 첫 번째 행선지로 정했다.
언양식, 서울식 불고기는 먹어봤지만 광양식 불고기는 내게 생소했다. 냄비나 그릇에 담아 익혀 먹는 게 아니라, 얇게 저민 불고기를 직화에 구워 먹는 방식이었다. 양념 때문에 쉽게 타진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자주 뒤집어 주기만 하니 쉽게 익혀 먹을 수 있었다. 고기의 첫 입은 오직 고기만 먹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익은 불고기를 집어 먹었다. 간은 과하지 않게 달고 고소했으며 고기를 얇게 저민 터라 부드럽기까지 했다. 함께 나온 매실장아찌와 파무침을 곁들여 먹으니 부족했던 상큼함이 더해져 균형이 잡혔다.
게다가 봄에는 냉면이 제철(사실 나의 맛달력에 의하면 냉면은 일 년 내내, 사시사철이 제철이다)이니까. 나는 주저하지 않고 물냉면을 주문했고, 시금치가 첨가된 초록색 냉면이 단정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음식의 조합 중에는 견줄 데가 없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궁합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내게 냉면과 불고기의 궁합은 으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큼함이 부족하지만 부드러움과 균형미가 있는 광양식 불고기와 냉면을 함께 입에 넣고, 나는 생의 이유 중 한 가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생애 첫 광양식 불고기와 언제 만나도 반가운 냉면은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비록 매화마을로 가는 길이 차로 막혀도, 힘껏 행복하고 난 다음이니 마음에 아무런 화가 일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을 들여 도착했지만 도래한 봄을, 매화를 마주하며 그 기쁨은 곱빼기가 되었다. 아주 오래간만에 느끼는 '이래도 되나' 싶은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