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얼굴
그의 도래를 재촉할 수 없다, 어느 누구도
멀찌감치 실루엣을 바라보면 걷는 것 같고
다른 상념에 시선을 뺏기면 달리는 것 같다
거대하게
조용하게
아직 오지 않은 그는 반갑거나 그렇지 않은 사건 혹은 현실
낯설거나 그럴듯한
내 안에 갇혀 있던 시간을 지나오니 세상은 다른 빛이었다
이럴 때마다 소외당하는 기분이 들어
무리해서 시간과 발맞춰 걷고,
변하는 것들을 직접 목격해야만 했다
오래된 은행나무 두 그루
높이와 크기로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상상하다 말고 아직 오지 않은 그를 잠깐 떠올렸다
도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조용하게 거대하게 다가오는 그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