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던 싸구려 양주를 백팩에 넣고
어렸던 나는 기차를, 지하철을 타고 바다로 갔다
멀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바다라고 생각하면서
친구들과 가장 값싼 숙소를 잡고, 수영을 했다
아무런 계획도 목적도 없이
안전선까지 도달해서는 힘을 잃고 죽어가는 달고기를 발견했다
선을 넘어가지 않은 것 같은데, 해경이 돌아 들어가라고 했다
백사장으로 다시 돌아온 나는 죽을 수 있었다는 사실보다 죽어가는 달고기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회쳐서 먹었으면 멋진 안주가 되었을 건데
치기 어린 마음이 모두 지나가고 다시 그 바다에 왔다
발코니 넘어 건물 틈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바다
바다에 왔지만 바닷가에 한 번도 나가지 않고 그저 먹고 마셨다
굳이, 라는 질문은 무색하게 취했고 웃었다
여전히 어린 걸까, 약은 걸까, 얕아진 걸까
주렁주렁 질문들이 비틀거리며 잇달아 따라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