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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28' [.]몰래

잘 지내셨습니까?

by DHeath


초등학교 수학 시간 몰래 녹혀 먹던 사탕의 맛을 잊지 못해서 공강시간에 짜장면과 빨간 뚜껑 소주로 낮술을 마시고 강의를 들었다. 그 맛을 잊지 못해서 몰래 사랑했고, 몰래 헤어졌다. 생각해 보면 그중에는 몰래 해야 할 것과 안 그래도 되는(안 그래야 하는) 것들이 혼재했다. 또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당당해져도 무리 없는 일을 숨기고 아껴하는 데에서 오는 묘한 쾌감을 즐겨왔던 것이다. 또 그런 몰래를 지켜주기 위해 흐린 눈을 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내 즐거움도 보존되었던 것이 아닐까. 내가 세상을 속인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이 나를 속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많이 마주쳐 힘껏 인사했다.
(카페가 생겼대서 몰래 전 직장에 놀러 갔다, 고 적으려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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