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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03' [.]우연

그게 나예요?

by DHeath


모두에게 잊혔을 때 비로소 죽는 거라던 (순록의) 할아버지

하늘에서 떨어뜨린 밀씨 하나가 사막 한가운데 거꾸로 꽂아 놓은 바늘에 꽂힐 확률이 인연이라던데

나는 나를 세계에 남기는 방법으로 죽음을 준비한다

타인에게 묻어 있거나 박여 있거나 보관된 채

꺼내보는 때는 부디 어떤 단어 하나였으면, 풍경이었으면, 계절이었으면, 시간이었으면, 맛이었으면, 기분이었으면

나를 떠올리는 다양한 방식들

놀랍고, 고마운 안부가 들려왔다
이름 없는 곳에 이름을 부르며
2월을 쓴 곳에 3월의 인사로

10년도 넘은 시간이 어제만 같았다

잘 남겨지도록
잘 사라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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