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족류 감성
이상하지
색을 달리하는 오징어처럼
맛있는 게 없다
어릴 때 흔했던 것들이 점점 사라지니까
(사랑, 용기, 낭만, 내 것이 아닌 열망 같은 것들)
더 가진 것은 안 보이고 잃은 것만 더듬거리네
변덕이 모여 맛을 만들까
가까이 있을 땐 모르는 신비한,
흔할 땐 내팽개쳐지는
맛
그렇게 사랑을 찾았던가
그렇게 사랑을 잃었던가
주인공이 18명 나오는 영화를 보고 충동적으로 오징어를 찾아 나섰다
시가 때문에 양이 적다고
양해를 구하던 사장님은 오징어 자리에 문어와 왕우럭조개를 채워 내왔다
차고 비는 잔
가게를 나서고 먼저 떠올린 건 왕우럭조개의 내장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