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7년 전쯤인가, 겨울 제주도에서 하릴없이 내리는 눈에 고립되어 숙소에서 며칠을 갇혀 지냈다. 한 번씩 눈이 그치면 바깥으로 나가 가까운 동네나 근처 카페를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무도 밟지 않는 새 눈 위에 한 송이 똑떨어져 있는 동백을 발견했는데, 그때 나는 목련처럼 죽지 말고 동백처럼 죽자고 다짐했다.
올해는 봄이 늦어서, 그만큼을 겨울과 여름이 차지할 것이라고 내심 아쉬웠는데 이상하게 이번 봄은 크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봉오리가 열리고, 꽃이 만개하고, 낙화하는 속도가 빠르고 무섭기도 했다. 살던 곳보다 더 남쪽이라 그런가, 바닷가라 그런가. 낯선 세계가 더 낯설다.
이주할 때부터 가까운 한번 다녀와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것을 이제야 이뤘다. 마음 심 자를 닮은 섬. 그곳엔 발간 마음 같은 동백이 많았다. 아무렇게나 발을 옮겨도 초록 사이에 빨간 것들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꽃말을 닮은 여러 마음이 지나간 흔적이 많아서 좋았다.
피기 전부터 설레는 꽃이 있고, 피고 나서 황홀해지는 꽃이 있고, 졌을 때 더 아름다운 꽃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돌아왔다. 사랑이 많은 어떤 사람에게 3월의 마지막, 내 생일도 미리 축하받으며. 원 없이 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