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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04' [.]아귀

단상들

by DHeath


1.
바늘만 한 입으로 태산 같은 배를 어찌 채울까
채워지지 않는 마음으로 잘도 살아왔구나
바라는 것들은 모두 다른 모양, 빛깔, 무게
언제쯤 이를 수 있나

2.
심해에 서식하는 초롱아귀가 해수면으로 올라와 죽었다는 뉴스를 봤다. 생애 가장 강렬한 빛을 목도하고 죽었을 그것에게 사람들은 낭만적인 이야기를 써주기도 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것이 밝혔던 빛과 세계의 빛의 크기는 어떻게 다를까. 마지막 순간 희열을 느꼈을까, 무력해졌을까

3.
우리가 아귀 수육을 찾아 먹게 되다니
미나리를 먹게 되다니
망설임 없이 낮술을 마시게 되다니
시간을 아귀처럼 먹어대고 늘어만 가는 습관의 살덩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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