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갑각류의 살을 잘 발라낼 수 있는 건 구조를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여린 속살을 딱딱한 껍데기 안에 담고 살던 것을 해체하던 밤이었다. 나는 언제쯤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을까, 취하기 전에 배가 먼저 부르면 불쾌해, 같은 생각들. 작아진 건 알량한 자존심뿐인 걸 알았지만, 왠지 잘 못 먹는 것 같은 늦은 요즘이었다.
채널을 돌리다가 대사를 더듬더듬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여러 번 돌려봤던 영화를 찾았다. 영화에는 일찍 세상을 등진 배우가 여전히 어린 모습인 채로 나왔다. 지켜냈지만 지킬 수 없었던 사연 앞에서 사람은, 사랑은 무기력해지기도 하는가. 사람의 윤곽은 왜 마음보다 단단하게 생겨먹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