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
꼭 가는 나무에 꼭 가야 할 필요가 있다면
버스를 타고 김 서린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무어라 적어보지만 대체로 알아볼 수 없다
우주 속 티끌 같은 지구처럼
생애
장갑을 낀 시간은 짧디 짧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눈과 얼음 뚫고 쏟아지는 폭포
뜨거울까
일부는 다시 얼음이 되므로
그것들 앞에서 하루는 가만히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외로운 나무가 경외로워지기까지
얼마간의 고독
멀리 곰이 보이는 것 같았다, 멀리
흰 두부 같은 언덕
흰 둔
덕분에 이곳은 평화롭지만
곰은 하얗지 않을 텐데
길 잃어도 좋을 것 같은 숲 속에서
숨을 쉬었다 쉰까지 몇 번이나 헤아리며 잊어가며
틈 빛
빛 앞에서 흩날리는 눈
황홀에도 끝이 있을까 설마
원 없이 기쁘다가 문득 외로워지기도 했다
썰매를 타고 돌아와 수프 카레를 먹었다
장갑 낀 손과는 달리
영영 포개어질 수 없는
밤이 긴 설원의 삶도 곰곰이 씹어 먹어 보았다
상기된 볼이 쉽게 식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