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낮 보다
필 때 오는 비는 질 때 오는 비 보다 반갑다, 라고 적은 날이었다. 오후부터 비가 내리니 불쑥 슬퍼졌다, 맥락도 없이. 별 일 아니지만 1년에 한 번 크게 기쁠 날이 곧인데 한주 내내 비가 잦을 거라는 예보 때문이었을까. 날씨에도, 계절에도 쉽게 흔들리는 기질 때문일까. 야앵하기 전에 꽃이 다 져버릴까 봐 조금 불안하기도 했고, 말썽인 이가 조금씩 더 망가지는 기분이 들어서이기도 하다고 혼자 생각했다.
하지만 그 밤에 동료들이 음식을 만들고 케이크에 불을 붙여 노래를 부르고, 아껴뒀던 술을 꺼내 축하해 줬다. 늦은 밤에도 비가 많이 내렸지만 낮과는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