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날의 두 번째 사직서

by 와이

새해가 밝았고, 연말에 성과급을 받은 나는 다소 평온한 마음을 되찾았다. '12월에 사직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그래, 다시 용기 내서 회사를 다녀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부서에서 내가 맡은 업무는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업무다. 16년의 회사 생활 동안 나는 주로 보고서 쓰는 일을 해왔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업무는 생소하다. 나의 옆자리 동료는 꽤 오랫동안 이 업무를 해왔지만 나에게 설명해 주는 데는 인색하고 불친절했다. "저, 이번에 이런 일이 있는데 어떻게 처리해요?"라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뻔했다. "그거 예전에 처리한 거 있거든요. 시스템에 들어가서 찾아보고 규정집에서 보고 그대로 하시면 돼요." 맞는 말인데 야박하다. 나라면 친절히 얘기해 주었을 텐데... 이 업무를 한 달인가, 두 달인가 이어나가던 중이었다. 두 번째 이상한 날이 찾아왔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업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머릿속이 백지장으로 변했다.


그날 저녁, 남편과 마주했다. "남편... 나 아무래도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 남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한참 동안 아무런 말이 없던 남편이 대답했다."사직서 쓸 거면 당당하게 써." 내가 정신이 이상해져서 사직서를 썼다는 소문이 떠다니는 것을 남편은 원치 않았을 터이다.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화장과 옷차림에 신경을 쓰고, 인사팀으로 가서 두 번째 사직서를 냈다. 직원이 물었다. "휴직을 하시는 것은 어때요? 후회 안 하시겠어요? 본부장님을 뵙겠어요?" 나의 두 눈에 참았던 눈물 두 방울이 또르르 흘렀다. "아니요. 본부장님은 뵙지 않겠어요. 이제 집에 가도 되죠?" "네." 내 자리로 돌아가 개인 물품을 챙겼다. 나에게 진도 점검 안 했다고 핀잔을 주었던 후배가 나를 또 호출했다. "오늘까지 해야 되는 업무는 다 하셨어요?" "저 사직했어요." 더 이상 후배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본부장님이 나를 불렀다. "사직한다고? 지금 아이가 한 명이지? 그래 한 명이면 외벌이로 가능하겠다. 요즘 회사에 골치 아픈 일이 많아서 나는 그거 신경 쓰느라고 정신이 없어.""네, 본부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유난히 햇살이 밝았던 그날, 본부장님께 드리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사직서를 내고 며칠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 화창한 날 아침 남편은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남편이 나를 불렀다. "집에서 잠만 자면 안 돼. 깨끗이 청소하고 요리하고 아이도 잘 챙겨." 나는 평온했다.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며 청소하고 시장에 가서 장도 봐오고, 그동안 궁금했던 아이의 하교 모습, 학원 등원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회사가 사라지자 모든 것이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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