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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by 아름나름

시대

1. 역사적으로 어떤 표준에 의하여 구분한 일정한 기간
2. 지금 있는 그 시기. 또는 문제가 되고 있는 그 시기



살다 보면 문득 한 시대의 끝을 실감하는 순간들이 있다.

어제까지 당연했던 일상이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깨닫는 순간,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며 시간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나에게 그런 순간이 세 번 있었다.

한 시대가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싶어 깊은 우울감에 빠졌던 세 번의 경험이.....



첫 번째 - 무한도전의 마지막

나의 20대와 30대 주말을 책임졌던 '무한도전'이 끝났을 때였다.

토요일에 약속이 있어도 무한도전을 보기 위해 일찍 귀가했고, 주말이 끝나면 친구들과 그 주 방송 내용을 두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무한도전 자유로 콘서트에 참석해 방송에 1초간 얼굴을 비춘 기억도 있다.

담당 PD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출연자들 간의 완벽한 케미가 나의 일상에 큰 활력을 주었던 방송이었다.

그런 방송이 종영되자 허탈함과 섭섭함이 밀려왔고, 나의 청춘이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하는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


두 번째 - BTS의 챕터 1 마무리

나의 열정적인 덕질 대상이었던 'BTS'가 군 복무로 인해 챕터 1을 마무리했을 때였다.

막내를 낳고 복직해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시기, 나는 '달려라 방탄', '방탄밤'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그들을 알게 되었다.

망하기 일보직전의 소속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괄시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서로를 아끼는 그들의 모습이 좋았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좋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그들이 좋았다.

'Love Myself'를 외치며 존재에 대해 성찰하고, 받은 사랑에 감사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위로를 받았다.

딸들과 방탄으로 대동단결한 덕분에 사춘기 큰딸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차례로 입대하며 챕터 1의 활동을 마무리한다고 했을 때, 나의 열정과 그들의 젊음이 함께 지나가는 것 같아 한동안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었다.


세 번째 - 부모님의 은퇴

40년 넘는 세월 동안 사업을 하시던 부모님이 올해 초 사업을 정리하고 은퇴하셨을 때였다.

두 분이 작은 공장을 운영하시며 겪은 애환도 많았지만, 그 덕분에 우리 세 남매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많은 부모가 그렇겠지만, 우리 부모님도 자식들을 위해 당신들의 꿈과 시간, 그리고 젊음까지 기꺼이 내어주셨다.

두 분이 쌓아올린 사랑의 토대 위에서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고, 이렇게 마음속 이야기를 글로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

두 분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해 우리 가족이 조촐한 깜짝 파티를 준비했는데, 부모님께서 생각지도 못한 대접을 받았다며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 특별하게 준비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늘 젊으실 것이라 생각했던 두 분이 은퇴하시는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시대의 끝을 실감했고 깊은 상실감과 우울함을 느꼈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아닌가.

무한도전이 끝나면 주말이 무료할 것이라 걱정했지만, 지금은 초등학생인 막내와 함께 런닝맨의 열렬한 시청자가 되어 있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슈가를 마지막으로 BTS 멤버 모두가 군 복무를 마치고 새로운 활동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야호~~!!)

부모님께서는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계시며, 수시로 열무김치 등 정성스러운 반찬을 만들어 나눠주셔서 우리 집 식탁이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한 시대가 지나가는 것이 아쉽고 섭섭했지만, 그 시대가 지나가면 또 다른 멋진 시대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새로운 시작의 문턱이었던 셈이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그리워할 소중한 시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또 다시 새로운 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시간은 우리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가지만, 동시에 새로운 무언가로 그 자리를 채워준다.

그것이 삶의 아름다운 순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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