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유

by 아름나름
1. 물질적ㆍ공간적ㆍ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
2.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또는 대범하고 너그럽게 일을 처리하는 마음의 상태


최근 나는 이 ‘여유’라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것이 없을 때 어떤 영향을 받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한동안 여유 없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가족들이 돌아가며 아프고, 나 역시 앓은 뒤로 몸 상태가 계속 좋지 않았다.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어느새 고등학생인 아이의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와 함께 애쓰다 보니 벌써 5월이 되었다.


며칠 전, BTS 진 단독 콘서트 티켓팅이 있었다.

정말 가고 싶은 콘서트라 달력에 별표까지 해두었지만, 막상 그 시간이 되자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깜빡해버렸다.

‘아차!’ 싶어 부랴부랴 들어갔더니 대기 8만 번대... 띠로리....ㅠㅠ

너무 안타깝고 슬퍼서 눈물이 났다.

티켓팅에 성공했다는 친구의 소식을 들으니, 마음 한구석이 더 허전하고 아팠다.


티켓팅을 놓치고 친구의 성공 소식을 들었을 때,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 복잡한 감정이 몰려왔다.

그건 놓친 기회에 대한 아쉬움과 자기 성찰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왜 나는 이렇게 정신없이 살고 있을까?’

한 걸음 물러서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마음 아파할 일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항상 몸과 마음이 바쁠 때는 이런 여유를 떠올리기도 힘든 걸까?

아직 마음 수양이 덜 돼서 그런 걸까?

어떤 사람은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좁은 시야로 집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생존을 위한 본능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넓은 시야를 잃곤 한다.


사실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해내려 했던 건 아닐까?

일도, 가족도, 취미도...

모든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려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을 돌보는 여유가 부족해졌고,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보니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석진님의 콘서트마저 놓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여유라는 것이 참 묘한 것같다.

가장 필요할 때는 오히려 가장 멀리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바쁨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는 그 바쁨이 우리의 전부가 되어버린다.

거센 파도에 휩쓸릴 때는, 파도 밖의 잔잔한 세상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여유는 모든 것을 다 해내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내려놓는 용기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모든 일을 해내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건 그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는 것이다.


앞으로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티켓팅에 집중하거나,

티켓팅을 놓치더라도 자책하고 좌절하기보다는 “다음엔 더 잘하면 되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야겠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마음가짐이야말로 나에게 ‘여유’를 선물해주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여유를 의식적으로 찾으려 노력하던 중,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 자연스러운 여유가 나에게 더 큰 깨달음을 주었다.


아침 출근길,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전날 내린 비 덕분에 하늘은 쾌청했고, 가로수 잎은 초록과 연두색으로 신선하게 빛나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까지 더해져, 마치 일상 속 작은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비록 출근 중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복잡함을 잊고 자연의 아름다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계획된 휴식이 아닌, 불쑥 찾아온 작고 소중한 쉼표.

이게 바로 진정한 ‘여유’가 아닐까?

다가오는 연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잠시 멈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순간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