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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by 아름나름 Mar 17. 2025
선거
1. 일정한 조직이나 집단이 대표자나 임원을 뽑는 일
2. 정치 선거권을 가진 사람이 공직에 임할 사람을 투표로 뽑는 일     



"엄마!! 저 7대1의 경쟁을 뚫고 부반장 됐어요!!"



신학기라 학교마다 반장, 봉사위원 등을 뽑는 선거철이 되었다.


첫째는 감투를 좋아하지만, 부담감이 반장보다 조금 덜한 부반장을 선호한다.

그래서 중학교 내내 부반장을 맡았다.

고등학교에서도 부반장을 하겠다고 손을 들었지만, 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

다른 친구들은 거창한 공약을 발표했는데, 본인의 공약이 너무 소소해서 부반장에 당선될 자신이 없다고 말했는데, 오늘 부반장으로 뽑혔다는 카톡에 엄마인 내가 더 반가웠다.


나도 어릴 적에 감투는 좋아했지만, 앞에 나서는 게 부끄러워서 반장에 도전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활달한 성격의 첫째가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둘째는 언니와 정반대 성격의 소유자다.

주목 받는 걸 싫어하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앞에 나가서 조리있게 말하는 게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가... 생애 처음으로 운영위원 선거에 억지로 나가서 떨어진 뒤 그 이후로는 선거라는 것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뒤, 체육부장이 되었다고 말을 했다.

별 기대 없이 "그건 뭐 어떻게 뽑는 거니?"라고 물으니

청소년체조 동영상을 보면서 동작 이름을 외워서 적는 필기 시험을 치른 뒤

앞에 나가서 외운 동작을 시범 보였는데, 지원자 중 본인이 고득점자여서 선발됐다고 했다.

그냥 키 크고 운동 잘하게 생긴 아이가 선발되는 건 줄 알았는데

시험도 치고, 친구들 앞에 나가서 시범도 보였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런 분야는 늘 소극적이고, 하고 싶지 않아했는데

본인이 원하는 분야는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줄도 아는구나 싶어 대견했다.


적극적이고 활달한 언니의 그늘에 가려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던 둘째였기에 항상 신경이 쓰이고, 자신감을 북돋워 주고자 노력했으나 그 노력의 결과가 미약했던 아이였다.

그래서 둘째의 체육부장 소식은 정말 대견하고 멋진 소식이었다.

(그날 저녁 치킨파티를 했음~후후)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는 올해 처음으로 선거라는 것을 해봤다.

처음으로 대표를 뽑는 일이다 보니, 28명의 학생 중 16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막내가 선거에 나간다는 자체가 귀엽고, 대견했다.

앞에 나가서 뭐라고 말을 했냐 물으니

"소외되는 친구들이 없이, 사이좋은 우리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안타깝게 3표를 받아 떨어졌다고 하지만, '소외'라는 고급(?)용어를 썼다는 거에 아빠와 엄마는 대단하다고 엄지척을 날려줬다.

아깝지만 내년엔 더 길게 준비해서 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막내의 말에 우리는 쌍따봉을 날려줬다.     



한 배에서 나왔지만, 세 딸래미의 성격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다.

또 선거라는 하나의 사건을 각자의 방식으로 참여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첫째는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선택하면서도 꾸준히 리더십을 발휘하고, 

둘째는 평소와 달리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서고, 

막내는 비록 떨어졌지만 용기 있게 첫 도전을 했다.     


나도 어릴 적에는 앞에 나서지 못했던 기억이 있기에, 아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용기를 내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아이들이 이런 경험들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워가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주고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참여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니까 그 과정에서 항상 딸래미들의 든든한 마음의 지원군이 되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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