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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by 아름나름 Feb 24. 2025
머리
1. 사람이나 동물의 목 위의 부분. 눈, 코, 입 따위가 있는 얼굴을 포함하며 머리털이 있는 부분을 이른다.
    뇌와 중추 신경 따위가 들어 있다
2.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
3. 머리에 난 털   

  

우리집 막내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다.

활동적인 편이라 하루종일 쫑알쫑알 떠들면서 움직이다가 조용하다 싶어서 들여다보면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손재주가 좋고, 엄마가 장난감을 잘 사주지 않아서 인지 친구들 장난감을 보고 본인이 만들어서 가지고 논다. 스티커북, 큐브, 인형의 집, 엄마에게 거지움막이라 불리는 비밀공간, 아빠의 폴더폰까지...

그래서 우리집 화장실 휴지심과 한달에 한번 찢어 버리는 달력은 막내에게 아주 소중한 만들기 재료가 된다. 

휴지심보다 좀 더 튼튼하고 길이도 긴 키친타올심은 또 뭘로 바뀔지 기대를 하며 막내에게 전달한다.   

  

첫째는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고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될 것 같아 제법 엄하게 키웠다.

둘째는 첫째보단 덜 엄하게 키웠지만, 본인 성격 자체가 법 없이도 살 아이라서 그런지 스스로를 규율하면 자라왔다.

그런데 막내는 내 체력도 달려 언니들보다 자유롭게 키웠고, 양가의 막내라 본인이 귀여운지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생각과 행동이 자유롭고, 자신감이 넘친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에는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째를 키울 때는 육아서도 꼬박꼬박 읽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조바심도 많이 냈다. 둘째는 좀 더 여유가 생겼지만 여전히 '이래야 한다'는 틀에 맞추려 애썼다.

그런데 막내를 키우며 깨달았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란다는 것을. 

첫째의 반듯함, 둘째의 성실함, 막내의 창의성... 이 모든 것이 내가 만들어낸 게 아니라 아이들 안에 이미 있던 빛이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그 빛이 좀 더 환하게 비칠 수 있도록 창문을 살짝 열어준 정도였을 뿐이다.     


요즘은 막내가 만든 장난감들을 보며 생각한다. 어쩌면 완벽한 장난감을 사주지 못한 것이 오히려 축복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부족함이 때론 더 큰 창의성과 가능성을 만들어내니 말이다. 양육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 걸까? 부모의 불완전함과 시행착오가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자양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첫째는 규칙과 체계 속에서 자신만의 단단함을 만들어갔다. 둘째는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며 책임감 있는 아이로 성장했다. 그리고 막내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세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세 아이는 전혀 다른 꽃을 피우고 있다.     


물론, 하나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키우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고, 첫째와 둘째가 너무 동생만 귀여워한다고 불만을 토로해서 해명한다고 진땀을 빼기도 했다. 하지만 그 차이야말로 아이들이 자신만의 특별한 빛을 내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지 않았나....스스로 위로하며 생각해본다.  

   

사실 지금도 종종 불안하다. 첫째의 완벽주의적 성향이 부담이 되진 않을까, 둘째의 책임감이 때로는 무거운 짐이 되진 않을까, 막내의 자유로운 성격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데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런 걱정도 내 몫이지, 아이들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138억년 우주의 방대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만들어진 우리 소중한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세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며 감사함을 느낀다. 내가 부모가 되어 이런 귀한 깨달음을 얻게 해준 것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도 나의 조급한 마음에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고, 아이들 각자의 빛을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물론 완벽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불완전함 속에서 더 특별한 사랑을 배워가고 있으니까 나의 조급한 머리를 내려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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