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곳을 좋아한다. 그래서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 낮의 시간을 앗아가 밤의 시간을 늘리는 겨울이 사랑스럽기도 하다.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나의 생산적인 활동들이 거의 다 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도,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즐거운 일들이 일어나는 것도 대부분 밤에 일어난다. 낮은 미래를 위한 동력을 준비하는 시간대라면 겨울은 그걸 전부 해방하는 느낌이다.
글을 쓰는 것도 낮에는 도통 써지지가 않는다. 단지 낮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순간들이 글의 발목을 붙잡아 나아가게 하지 못한다. "여유가 없어서 글을 쓸 시간이 없어." 이런 소리는 보통 낮에 많이 한다. 밤은 어떡해서든지 여유를 만들 수 있다. 낮과 여유와 글은 같이 붙어있으면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사이가 안 좋은 친구들을 보는 것 같다. 낮과 여유를 취하려면 글을 포기해야 하고, 여유와 글을 얻으려면 낮을 포기 해야 한다.
그래서 밤을 좋아한다. 어두워서 모니터의 빛으로만 나의 감각을 집중시킬 때 그럴 때 직접 나를 마주할 수 있다. 솔직해질 수 있고, 나쁜 사람이 될 수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보는 밤들이 전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은 그래도 밤은 여전히 나의 편이다.
예전에는 밤을 싫어했었다. 키를 키우기 위해 일찍 잠들어야 해서 밤과 진솔히 만날 시간이 적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밤과 어두운 곳들은 대개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었기 때문에 밤과 친해지는 암순응이 너무 늦었다. 암순응이 빨랐던 친구들은 밤을 좋아했다. 새벽에 만나기도 하고, 자신에게 솔직했다. 심지어는 여유로워 보였다.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 같이 그들은 밤을 즐겼다.
어른이 되면 암순응에 적응을 하는 건지, 어른이 되고 나서 나도 암순응을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허접한 시각을 가지고 바른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멍을 때리기도 하고 새벽에 친구들과 야식을 먹기도 한다. 밤바다를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밤에 여유를 즐기는 것도 이제는 어렵지가 않게 되었다. 인생을 관통하는 여유는 아니지만 하루의 마무리를 여유로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는 암순응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