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장례식장

세월의 흔적들.....

by 미련곰탱이

고모의 영정사진을 올려다볼 때마다, 세련되었던 고모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누구보다 여장부 같았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가족들 사이에서 항상 중심을 잡던 분.
그 시절, 고모의 웃음소리와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언제나 우리 집안을 북돋우는 활력이었다.

빈소 옆 접객실에는 오랜만에 뵙는 친인척들로 북적였다.
큰아버지, 큰어머니, 막내고모, 고모부…
모두가 슬픔을 안고 고모와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고 있었다.
눈시울이 빨갛게 물든 큰형의 모습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형은 마지막 인사를 고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큰아버지는 말없이 우리 아버지를 바라보셨다.
오랜만에 마주한 두 형제는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서로의 얼굴만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곁에서 큰어머니가 조심스럽게 “아우야~” 하고 불러보았지만, 아버지는 아무런 반응 없이 형의 눈빛을 담고만 있었다.
그 짧은 침묵이, 어쩌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젊은 시절 가족 모임 때마다, 두 분은 술잔을 기울이며 노래를 부르곤 하셨다.
형이 기타를 치고, 동생이 박자를 맞춰 부르면 어른들도 아이들도 박수로 화답했다.
그 웃음과 노랫소리는 이제 낡은 비디오테이프처럼 흐릿한 기억이 되어버렸다.

그때의 그 두 사람은, 지금 파킨슨병이라는 이름 아래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어른들은 그 병이 가족력은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나이 들어 생길 수 있는 일이라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도 한다.
하지만 마음 한 켠의 불안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피를 나눈 두 형제가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말 못 할 불안을 조용히 퍼뜨린다.
혹시 이게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운명 같은 건 아닐까.

고모도 마찬가지였다.
병이 시작되기 전까지, 고모는 누구보다 활기찬 사람이었다.
멋을 아는 세련된 감각, 빠른 판단력, 쿨한 성격.
그런 고모가 점점 느려지고, 무표정해지고, 말수가 줄어들 때 우리는 단지 지친 것이라 여겼다.
그게 병의 시작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가족에게 ‘강인함’은 일종의 유산 같은 것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텨내고, 괜찮은 척 웃는 것.
하지만 그 강인함 속에는 말하지 못한 수많은 아픔들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아픔들이 시간이 지나, 하나둘씩 병이 되어 돌아온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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