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날이 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귓가를 스치고 지나는 바람 같은
세월을 깨닫는 날에
하나 둘 늘기 시작한 주름도
어느덧 염색이 필요해진 흰머리도
나에겐 오지 않을 듯 살았는데
두 손에 남은 것은 땀자국에 붙어 있는
시간의 흔적뿐,
자기합리화된 일상의 행복과
자기 설득의 만족을 걷어내고 나면
진짜 삶은 어디쯤에 있는가
황망함만 남은 思考의 끝에서
나의 존재는 내 아이에게 이전되고
결국 사라지고 말 것임을 인정하는 것은
언제일지 모르는 소멸의 순간도
받아들이는 것이므로
무서운 날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삶이 귀중한 것일까
과거의 젊음이 가여워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찬 인생은
숙제 같은 삶이 버거운 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