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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연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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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ly Nov 30. 2023

사라진다

무서운 날이 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귓가를 스치고 지나는 바람 같은

세월을 깨닫는 날에


하나 둘 늘기 시작한 주름도

어느덧 염색이 필요해진 흰머리도

나에겐 오지 않을 듯 살았는데

두 손에 남은 것은 땀자국에 붙어 있는

시간의 흔적뿐,


자기합리화된 일상의 행복과

자기 설득의 만족을 걷어내고 나면

진짜 삶은 어디쯤에 있는가

황망함만 남은 思考의 끝에서


나의 존재는 내 아이에게 이전되고 

결국 사라지고 말 것임을 인정하는 것은

언제일지 모르는 소멸의 순간도

받아들이는 것이므로 

무서운 날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삶이 귀중한 것일까

과거의 젊음이 가여워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찬 인생은

숙제 같은 삶이 버거운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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