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창 시절을 소개합니다

by 너루

초등학교 4학년 때 한 남자아이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유는 내가 다른 여자아이에 대해 나쁘게 말한 걸 그 남자아이가 들었기 때문에.

무릎을 꿇는 것이 그 나이 때는 쉬웠던 걸까 아니면 그만큼 절박했던 걸까. 다른 것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그 여자아이는 나에게 두려운 존재이며 잔인한 존재였다.


지금의 학교폭력 수준을 보면 무시할 수 있었던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3이라는 숫자는 유지될 수 없었다. 꼭 나누어져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아이 앞에서 서로를 헐뜯어야 했고, 뒤에서 몰래 만나야 했다.


누군가 말하겠지. ”너도 똑같이 하지 그랬어. “ 그 결과는 선생님의 실망으로 이어졌고 나를 도와줬던 친구에게 힘든 마음을 안겼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계속 나를 쫓아왔다.


중학교 때는 흔히 말하는 ‘찐따’라는 단어가 나를 쫓아다녔다. 이 단어만으로 나는 평가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가 어려웠다. 내 외모와 몸이 부끄러웠고 꼬리표를 단 듯 점점 숨어들었다.

이후에 날 다르게 보는 친구들이 생겼을 때도 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중학교 때는 내 암흑기였다. 기억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가장 깊게 남아있기도 하다.

3학년 마지막 학기를 마무리할 때 롤링페이퍼를 썼는데 그때 기억에 남은 문장이 하나 있다.

"친해지고 싶었어"

용기를 냈더라면 중학교 시절이 조금은 나아졌을까?


고등학교 때는 나름 행복했다. 기숙사 생활도 즐거웠고 학교 생활도, 착하고 이해심 많은 친구들을 만나 편안하게 했다.

그러나 내 안에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나를 싫어할 거라는 믿음은 스스로를 괴롭게 했다. 항상 발버둥을 쳐야 하는 느낌이었다. 눈치를 봐야 했고 새로운 친구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곪고 곪은 상처는 결국 내 마음을 후벼 파 고등학교 때 처음 병원에 가게 되었다.


대학교 시절은 어땠었나 즐겁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다. 심한 우울증이 나를 덮쳤기 때문에 기저에 깔린 낯가림과 우울함이 합쳐져 사람들과 만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에는 학교 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다. 우울함에 잠식되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긴 휴학 기간은 타인이 보기엔 이유 없는 공백기가 되어 누군가가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큰 약점이 되어 내게 존재한다는 정도.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인데 약점이 될 줄이야.


내 학교생활을 다시 돌아봤을 때 기억나는 건 이 정도이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이전에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명랑했었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나? 지금보다는 자신감이 있었나?


그것을 알지 못하는데도 나는 내 학창 시절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애먼 곳에다 원망하고 있는 걸까? 화를 낼 곳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그때의 나에게 화를 낸다.


왜 화를 내지 못했니. 바보같이 당하기만 하고 왜 벗어날 생각은 안 한 거야? 너 그때 걔한테 미안하지 않아?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어? 원망은 쌓이고 쌓여서 마음속 깊은 곳에 산을 만들었다.


그 산이 무너질 때 마음이 편해질까? 아니면 내 마음이 무너져버릴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