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병원에 다니면서 내게 맞는 약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땐 확실히 우울증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울증 약을 꾸준히 복용해도 나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불안정해지는 일이 반복됐다. ECT나 스프라바토 같은 여러 치료도 시도해 봤지만, 그때뿐 잠깐 나아질 뿐 “내가 정말 좋아지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점점 커졌다.
치료에 대해 조금 더 말하자면, 두 차례 모두 입원을 했었다. ECT는 전신마취를 해야 해서 두려움이 있었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어떤 기억들이 흐려지는 것 같았고, 깨어난 뒤엔 너무 정신이 없었다. 스프라바토는 비용 부담이 컸지만, 그만큼 자살사고가 심했던 시기라 회복이 절실하긴 했다. 그러나 치료를 받으러 멀리 떠나야 했던 점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버거웠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그런데도 반복되는 우울은 너무나 괴로웠다. 부모님께는 죄송했고, 나 자신은 점점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그런 와중에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나게 들뜬 순간이 왔다. 가족들도 “평소와 달라”라고 느낄 정도로 말이 많아지고, 내가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던 날이었다. 그때는 기분이 좋아 보였지만, 뒤돌아보면 그게 경조증 증상이었다.
다행히 그 들뜸을 스스로 발견하고 의사 선생님께 이야기했더니 약 처방이 조울증용 약으로 바뀌었다. 진단명도 바뀌었고, 신기하게도 그 순간부터 안정된 상태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내 감정의 파도를 누군가 조절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작은 알약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내 세상이 달라진 것 같았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운 건 ‘내 감정을 살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였다. 몸이 아플 때 정기검진을 받고 스스로 컨디션을 체크하듯이, 마음이 아픈 사람도 자기감정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돌봐야 한다. 작은 변화를 기록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알리는 것만으로도 큰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완벽한 답을 찾는 여정은 아닐지라도, 내가 겪은 시행착오와 발견들은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증상을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