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의 안개 속에서

by 너루

내가 조울증을 앓으며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무기력이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 뿌연 안개 속에서 계속 헤매는 느낌. 무기력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지면, 죽고 싶다는 생각과 여러 충동들이 동시에 밀려온다.


나는 게으른 건지, 아니면 정말 무기력한 건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유튜브에서 ‘게으름과 무기력의 차이’를 찾아보며 고민하기도 했다. 만약 내가 단순히 게으르다면, 나 자신이 더 싫어질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가 버거웠다. ‘아, 오늘도 하루가 시작됐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큰 도전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것부터, 그리고 밤에 다시 눈을 감을 때까지, 하루의 모든 순간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점점 나에게 무엇이든 하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그 말이 나를 더 스트레스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에 괴로움은 배가된다.


나는 아주 조금씩 움직이려고 한다. 요즘은 하루 일정을 짜서 지키려 노력한다. 일어나는 것부터가 어렵지만, 사부작사부작 몸을 움직이려 애쓴다. 눈에 보이는 성취는 작지만, 그 작음을 모아 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러니 나를 조금만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나도 잘하고 싶다. 언젠가 나는 이 안개 속에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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