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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기 Sep 22. 2024

배웅

아내가 복직하며 아이의 등원을 온전히 내가 맡게 되었다.

출근시간을 조금 늦추긴 했지만, 차로 이동할 수 없었기에 등원시간과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마음이 분주했다.


아이는 워낙 날 좋아하기에, 아빠와 함께 하는 등원시간을 즐거워했다.

그래서였을까.

평소에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아이는 물 만난 고기 마냥 즐겁게 떠들었다.

그렇게 8시부터 진행된 토크쇼는 8시 40분이 돼서야 막을 내렸다.


이제 서둘러 세수와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그는 응가가 마렵다고 한다.


이때 나의 뇌는 반응한다.

'8시 50분에는 나가야 9시에 유치원에 도착하고, 그래야 9시 30분에는 직장에 도착할 수 있는데'


그때부터 내 입에는 모터를 단 것처럼 빠르게 지시를 시작한다.

다행히 큰 소요사태는 없지만 나의 분주함이 아이의 눈에 그대로 드러났을 것이다.


유치원으로 가는 길도 쉽지 않다.

본인은 씽씽이를 타고 가면서 나보고는 뛰라고 한다.


역시 부모는 쉽지 않다.

어쩌면 운동하지 않는 나를 잠시나마 운동시키려는 효도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뛴다.


유치원에 도착하고 씽씽이를 주차한 후, 가벼운 뽀뽀와 즐거운 하루를 보내라는 덕담을 나누고 우리는 헤어진다.

물론 아이가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건 사랑하는 어린 고객을 향한 마지막 서비스다.


한 주간을 이렇게 바쁘게 보내고 두 번째 주가 되니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

서로가 소중하게 여기는 즐거운 등원시간을 지키기 위해 나름 쿵짝쿵짝 잘 맞춰가다 보니 분주함은 사라지고 웃음만 남는 기쁨을 누렸다.


물론 여전히 씽씽이와의 경주는 쉽지 않다.


씽씽이를 주차하고 바이바이 서비스를 마치고 돌아가는 순간, 여느 때와는 다르게 아이가 한번 더 큰소리로 인사해 주었다.


"안녕~"


그때 2주간의 등원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문득 '아이는 이 시간들을 어떻게 느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허락된 아이의 시간 속에서 아이도 나와 함께 이 시간을 아빠를 배웅하는 시간으로 보내지 않았을까.


나만 하는 배웅이 아니라, 아이도 나를 배웅하기 위해 아침시간에 하고 싶은 말을 줄이고 빠르게 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을까.


분주함 가운데 조급함을 보이지 않으려고, 화내지 않으려고 노력한 아빠의 마음을 그렇게라도 알아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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