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다루는 사람이 되기 위해
며칠 전, 친구가 이런 말은 건넸다. "너는 도전하는 데 참 거침이 없어서 부러워. 나는 그렇지 않은데." 생각해 보니 정말 다양한 점을 찍으면서 살아왔다. 전공과 복수전공, 많은 대외활동과 교환학생까지. '재밌는 일을 쫓으며 대학 시절을 보내자'는 다짐과 함께, 스펙보다는 마음가는 대로 시간을 보냈다. 두 가지의 조건만을 세웠다. 대체로 생산적일 것, 후회가 남지 않도록 열심히 할 것.
그 점들은 어떻게든 선으로 이어져 나를 지탱하거나 매듭짓게 했다. 순간을 아득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인생은 참 깊고 기쁜 일이다. 쉼 없이 무언가에 매달려도 해결되지 않다가, 어느순간 뒤돌아보면 기쁨이 되어있는. 즐겁고 기쁜 일을 가까이하면, 분명 깊이있는 통찰을 얻는.
UX 라이터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도 다양한 경험을 통 도출된 결과값이다. 글을 좋아하기에 그와 관련된 작가, 에디터, 카피라이터 등의 직무에 도전했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 세상에 헛된 경험은 없다!
작년 여름, '임팩트캠퍼스'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나는 '프리캠퍼'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임팩트캠퍼스의 각종 행사와 혜택을 편히 누릴 수 있다는 의미. 그중 현직자 코치와 1:1로 대화할 수 있는 커리어코칭을 신청했고, 현직에 계신 UX 라이터분(이하 코치님)을 만나게 되었다.
소개와 사전 서베이를 먼저 보냈고, 시간 옵션을 보내주셔서 선택했다. 1시간이라는 코칭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나에 대한 정보와 궁금한 점, 꼭 얻어가고 싶은 정보를 꼼꼼히 작성했다. 또한, 코치님에 대한 정보를 간략히 확인할 수 있었기에 코치님의 브런치를 정독하고 나의 질문을 다듬었다.
정말 귀담아 들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이 혹시나 금방 휘발될까, 양해를 구하고 녹음을 했다. 코치님은 서베이를 반영하여 답변을 적어오셨다. 어떻게 커리어 전환을 하시고 UX 라이터가 되셨는지, 현재 회사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지, 만약 UX 라이터 후임자를 뽑으신다면 어떤 사람을 선택하실 건지 등 소중한 이야기를 듬뿍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깊이 흡수했다.
1. 부족한 점을 찾아 계속 매꾸는 것 보다는 이미 가진 능력과 지나온 경험에서 강점을 찾기
2. 처음부터 하나의 직무만 뾰족하게 타겟팅하는 것보다는(T.O가 많지 않기에) IT 분야의 프로덕트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쌓기
소설책 한 권에 비교한다면, 나는 이제 5p쯤에 있는 목차 두어개 쯤을 건네받았다. 찬란한 이야기와 고약한 반전. 어찌됐든 끝나게 될, 세상에 하나뿐인 서사를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 채우고 싶다. 주말의 소중한 시간, 좋은 이야기 나누어 주신 코치님께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비전공자인 나에게 앱 프로덕트를 경험할 기회는 현저했다. 교육이나 부트캠프를 알아보았지만, 보통 3, 4개월이 넘는 시간을 '본질'이 아닌 '방법'을 위해 사용하기엔 더욱 고민이 필요했다. 광고나 마케팅 기획을 한 경험으로 직장인들이 많은 '사이드 프로젝트'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구할 수도 없는 일. 그렇게 대학교 커뮤니티를 찾다가 동아리를 발견했다.
앱 서비스를 다루는 곳.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가 협업하는 곳. 능동적으로 다양한 프로덕트를 경험할 수 있는 곳. 코딩만 하는 다른 동아리와는 조금 달랐다. 그렇게 지원서를 넣고 꽤나 쟁쟁했던 면접을 통과하여 나는 기획자가 되었다.
많은 대외활동과 기획 경험이 있지만 IT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이렇게 확고한 꿈을 꾸고 들어온 만큼,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이 쉬울 리가. 애자일과 워터폴이 있네요. 그래서 그게 뭐? MVP를 짰는데, 우리가 와이어프레임을 만들어야 해요. 이 프로덕트에서 유저 스토리를 작성해 오세요. 기능 명세서는요? 아, 그건 워터폴 방식해서 사용해요~ 저희는 애자일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서비스 기획 강의와 책만 찾아보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작년 이맘때 쯤 광고 기획을 잘 모를 때에, 프로세스에 익숙하지 않아도 자료조사하고 타깃분석해서 인사이트 찾은 다음(이건 좀 어렵다) 카피 아이디어 빡빡빡 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는 그렇지 않다. 다양한 역할을 가진 사람들이 앞뒤로 얽히고 설켜있는 일. 그 와중에 기업마다 일하는 방식과 프로덕트의 분야가 다르고, 정의하는 역할도 상이하다. 동아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획자는 힘들고 지치는 자리구나.'를 느꼈을 때, 갑자기 머리가 찌릿했다. 아.. 이래서 협업을 경험해봐야 하는 구나. 이렇게 치이며 프로세스를 익히면 분명 나중에 도움이 되겠구나. 그리고 이 과정이 분명 UX 라이터로서 다양한 직무의 동료들과 소통할 때 그들을 이해하는 데 백번 필요하겠구나. 그렇게 더 열심히 하기로 했다. 내가 무엇이 하고 싶은지 본질을 잃지 않고, 방법론이 아닌 과정으로서 조금씩 거미줄을 치며, 일단 기획자로 살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