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흥정이 가능한가에 대하여

by 김태규

사랑도 흥정이 가능한가에 대하여

Can Love Be Negotiated


ㅡ 김태규


사랑은

흥정이 안 된다고들 말한다

마음엔 단가가 없고

진심엔 기준표가 없다고


그래서

묻지 말아야 할 질문들이

늘 먼저 생긴다


오늘은

내가 먼저 연락해도 되는지

이만큼 다가와도 되는지

이 정도의 침묵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지


상대는

아무 숫자도 꺼내지 않지만

눈을 늦게 깜박이고

숨을 한번 고르며

답을 남긴다


그 사이

말하지 않은 것들이

서로의 발치에 쌓인다


이만큼 주면

얼마쯤 돌아올까

아니

돌아오지 않아도

견딜 수 있을까


사랑에서 흥정이 벌어지는 곳은

마음이 아니라

경계다


더 갈 것인가

여기서 멈출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스스로를 접을 것인가


우리는 종종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며

속으로는

이 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느냐고

조용히 값을 매긴다


그래서

사랑은 흥정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랑은

흥정처럼 닮아 있다


다만

깎이는 건 마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기대를 낮추고

말을 줄이고

서운함을 삼킨다


그걸 성숙이라 부르며

계속 거래를 연장한다


그러나

끝내 회수되지 않는 흥정은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을 내리는 거래다


그 방식은

항상 적자다


사랑이 흥정이 될 수 있다면

그건

누가 더 많이 갖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서로를 해치지 않는 선인가를

함께 조정하는 일일 것이다


더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너무 세게 밀지 않기 위해


그 지점까지라면

사랑은

잠시

흥정을 허락한다



[작가의 말]


이 작품은 사랑을 거래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반복되는 조정과 망설임을 정면으로 바라보려는 글입니다. 사랑이 무너지는 순간은 욕심이 커질 때보다, 자신을 낮추는 선택이 반복될 때라고 생각하며 이 시를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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