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가 곧 출발합니다

by 김태규

열차가 곧 출발합니다

Before the Doors Close


ㅡ 김태규


이 단호한 목소리는

결심보다 한 박자 앞서 말해진다


출입문을 닫겠습니다


그 말이 들리는 순간

플랫폼에는

사람보다 망설임이 먼저 남는다


타지 못한 몸들

내리지 못한 말들

손잡이를 잡았으나

결국 놓아버린 이유들


문은 닫히지만

모든 이별이 닫히는 건 아니다


유리 너머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끝내 고개를 돌리는 사람

서로 다른 속도로

같은 장면을 통과한다


열차는 출발하고

남은 자는

출발하지 못한 채

하루를 더 밀어 둔다


안내 방송은 늘 친절하다

기다림을 배려하지 않을 뿐


문은 이미 닫혔는데

시간은

움직이지 않은 쪽에

그대로 남아

한 번 더

지연된다



[작가의 말]


이 시는 떠남 자체보다, 떠남을 확정하는 말 이후에 남는 상태에 오래 머뭅니다. 닫힌 문 앞에 남겨진 시간과 그 지연이 만들어내는 무게를 조용히 따라가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