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roper Suit
A Proper Suit
ㅡ 김태규
새해 첫 날 아침
옷장 앞에 선다
시간을 고르는 대신
차림을 고른다
적어도
오늘이라는 하루를
단정하게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손끝에서 정리된다
한복이었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예의란
갖춤의 크기가 아니라
자세의 각도라는 쪽에
나는 서 있다
셔츠 단추를 채우고
넥타이를 고른다
색 하나에
올해의 태도를
잠시 맡겨 두는 일
그 정도의 믿음이면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거울 속 얼굴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붉은 말의 해
밝은 색 하나
과하지 않은 바람처럼
목에 걸린다
이 차림으로
나만이 아니라
내가 아끼는 얼굴들까지
하루쯤
조심히 덮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포개진다
양복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아침은
유난히 또렷하다
올해는
커다란 계획보다
하루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쪽으로
몸을 세우고 싶다
양복 차림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앞서 나감이 아니라
내가 건너는 하루가
사랑하는 이들의 하루와
서로 어긋나지 않게
지켜 서 있으라는
작은 다짐이다
[작가의 말]
丙午年의 첫 아침에
차림을 통해 삶의 태도를 돌아보았습니다.
바꾸는 결심보다 지켜야 할 자세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하루의 각도가 사랑하는 이들의 하루와
조용히 나란히 가닿기를 바랐습니다.
사랑합니다~♡